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사이버증시인 전자증권거래네트워크(ECN)가 곧
등장한다.

ECN은 기존 증권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거래시간에도 구애받지 않으며
인터넷을 통해 주식 매매주문과 거래체결이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ECN이 설립되면 증권거래소를 축으로 한 기존 증시의 틀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미쓰이물산과 대형 인터넷증권거래사인
DLJ디렉트SFG증권 마넥스증권 등 3사가 일본에서 최초로 ECN을 창설키로
하고 최종 협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3개사는 오는 3월말까지 ECN을 운영하게 될 공동출자회사를 설립, 증권업
등록을 신청할 계획이다.

업무개시 시기는 오는 6월께로 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표면적으로는 3개사의 합작이지만 내용에서는 많은
유력 기업들을 ECN사업에 끌어들이고 있어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DLJ디렉트SFG증권은 미국 대형 사이버증권회사와 스미토모은행이 합작한
회사이며 마넥스에도 소니를 비롯한 일본의 주요기업들이 출자하고 있다.

3개사는 앞으로 다른 증권회사들에게도 ECN에 동참하도록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새로 창설될 ECN은 도쿄증권거래소나 일본증권업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주식
매매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자동적으로
주문에 맞춰 거래를 성사시켜나갈 계획이다.

또 기존의 증권거래소에서 정상적인 거래시간이 끝나는 오후 3시 이후부터
야간에 걸쳐 ECN을 가동시키게 된다.

거래대상종목은 매매량이 비교적 많은 도쿄증권거래소및 오사카증권거래소의
상장종목중 유망주를 위주로 취급한다는 방침아래 현재 협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CN에 참가하는 증권회사들은 인터넷망을 통해 들어오는 매매주문을
거래체결시스템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일단 주문은 고객들이 매매희망가격을 지정하는 "지정가 주문"만을 취급하며
고객이 가격을 지정하지 않은 "시장가 주문"은 다루지 않게 된다.

니혼게이자이는 ECN 창설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은 인터넷을 사용한
개인투자자의 주식거래가 폭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주식매매위탁수수료가 자유화되면서 인건비가 들지 않는
네트워크(사이버)거래에서 각 증권회사별로 파격적인 가격인하 경쟁이
불붙었다.

이후 네트워크거래를 이용하는 개인투자자는 크게 늘어 지난해말 현재
약50만개의 계좌를 기록중이다.

단 3개월만에 2.6배로 증가한 것이다.

네트워크거래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주문은 전체의 60~70%가 증권거래소
개장시간이 아닌 야간이나 새벽시간대에 이뤄지고 있다.

이들 주문은 거래소가 열려있지 않아 주문이 나와도 체결되지 않지만
ECN이 운영되면 야간에도 리얼타임(실시간)으로 거래가 체결될 수있다.

니혼게이자이는 ECN이 등장한다해도 안정적인 주식거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증권회사들이 이에 참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ECN이 본격적으로 가동된다해도 증권거래소를 통한 주식거래만큼
유동성을 확보할 수있을지 아직 알 수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ECN의 운영에 앞서 예상되는 리스크를 투자자에게 충분히 주지시키는
기초적인 규제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박재림 기자 tr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