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김대중 대통령이 재벌의 양적팽창에 우려를 제기한 것과 관련
새해에도 부채비율 2백% 유지 등 재벌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한국중공업 가스공사 등 공기업 민영화나 비핵심영역에 대한
재벌들의 사업확장 경쟁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위원회는 각 그룹이 작년말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에 의해 부채비율
2백%를 달성했지만 앞으로도 이를 계속 유지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5일
밝혔다.

관계자는 "부채비율 2백%는 일회성 목표가 아니고 개별기업들이 무한경쟁
시대에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위는 그러나 직접개입은 자제하기로 했다.

대신 은행의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을 활용해 재벌계열사들의
무리한 사업확장을 예방한다는 복안이다.

FLC에 의하면 기업의 부채비율이 갑자기 나빠지면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이 경우 은행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기업의 초과대출금을 회수하거나
충당금 적립에 필요한 보상금리를 요구하게 된다.

대규모 투자가 따르는 양적팽창에 간접적으로 제동을 걸수 있다는 얘기다.

금감위는 재벌의 사업확장이 핵심 관련분야라면 양적팽창으로 보기 어렵지만
비관련 분야 진출은 스스로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와함께 정부는 김 대통령의 발언이 특정재벌을 지칭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통령이 특정재벌을 염두에 뒀다기 보다는
원론적인 발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위도 현재 무모한 사업확장을 시도하는 구체사례가 드러나진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기업구조조정을 매듭지었다고 해서 재벌들이 이제부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대통령이 강조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천년 신년사에선 주로 축하메시지를 담았지만 앞으로도
개혁의지가 퇴색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는 지속적으로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오형규 기자 o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