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은행들이 외국계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릴 때 주는 이자율이 급락
하고 있다.

작년말에는 대우사태에다 Y2K(컴퓨터의 2000년 연도인식 오류) 문제까지
겹쳐 단기차입 가산금리가 크게 올랐으나 새해들어 "Y2K 프리미엄"이 해소
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4일 유럽계 은행에서 5백만달러를 리보(런던은행간금리)
에다 0.7%를 더 한 수준으로 빌렸다.

만기는 3개월짜리.

작년 연말에 가산금리가 최고 1.5%, 평균적으로 1.1%에 달했던 것과 비교
하면 약 0.5%포인트 가량 급락한 셈이다.

신한은행은 5일 이탈리아계 은행에서 1천만달러를 3개월짜리로 조달하면서
리보+0.85%의 금리를 적용받았다.

또 대만계 은행에선 5백만달러(3개월물)를 리보+0.9%로 조달했다.

작년말에는 단기차입을 할 때 1.2%~1.3%의 가산금리를 물어야 했다.

한미은행 관계자도 "유럽계은행 등으로부터 돈을 빌려 쓰라는 요청이
많아지고 있다"며 "금리도 종전보다 0.3%포인트가량 낮게 제시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가산금리가 떨어지고 있는데다 리보 금리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어
은행들이 실제로 부담하는 이자는 종전에 비해 약 1%포인트 떨어진 상태다.

1개월짜리 리보금리의 경우 작년 크리스마스 직전 6.48%~6.49%까지
치솟았으나 연초 5.81% 수준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보영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조흥은행 등 6개 대형 시중은행들의 단기차입
가산금리는 작년 12월에 평균 1.4%에 이르렀다"며 "현재 은행들의 유동성
사정이 풍부하기 때문에 단기차입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
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은행들의 중장기 차입금리는 하락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미은행(1억달러)과 신한은행(2억달러) 등이 1년이상의 중장기 차입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은행들은 리보+1.3% 안팎의 금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관계자는 "은행들의 신용등급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
차입금리를 낮추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