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메일에 띄운 '밀레노믹스'] (4) '글로벌시대 기업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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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 고려대 교수.경영학 >
새 천년이 밝았다.
새 시대의 특징은 무엇일까.
가장 분명한 모습중 하나는 글로벌화(globalization)일 것이다.
이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이를 선도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도태될 것이라는
점이다.
글로벌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화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도 같다.
석기시대에는 씨족을 중심으로 작은 자급자족적인 군락을 이루며 살았다.
청동기 철기시대를 거치면서 기술혁신이 일어남에 따라 부족사회 고대국가
등을 형성하면서 자급자족적인 경제단위가 점점 커져 왔다.
증기기관의 발명에서 비롯된 산업혁명의 비약적인 기술진보로 근대국가가
발전됐다.
이들 서구열강들은 후진국을 식민지화해 그 당시 나름대로의 글로벌화를
추구했다.
IBM 쉘(Shell) GM(제너럴모터스)과 같은 다국적기업이 국경을 뛰어넘는다고
해 한때 초국적기업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같은 20세기 후반의 급속한 글로벌화는 통신과 운송수단의 획기적인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
새 천년의 글로벌화가 과거의 글로벌화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무엇일까.
바로 그 속도다.
특히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진행되는 최근의 변화는 전율을 일으킬
정도다.
한국의 10대와 20대는 현재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초면의 사람과 같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얼마 안되는 가격의 디지털 카메라만 붙이면 상대편 얼굴을 보면서 대화도
즐길 수 있다.
새로운 음악이나 유행은 빛의 속도로 전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새 천년을 맞이하는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인터넷 도움으로 기업보다
더욱 빠르게 이미 글로벌화돼 버린 고객들을 어떻게 만족시킬까" 하는 문제
이다.
자동차를 사려는 미국의 소비자는 이제 인터넷을 통해 현대자동차와 도요타
의 모델을 미리 비교해 보고 근방에서 가장 싸게 판매하는 딜러를 찾는다.
이들은 먼저 같은 차를 산 소비자들이 써놓은 소감을 미리 읽어보고 구매
결정을 한다.
따라서 과거 소비자의 불만을 도외시하거나 혹 속이기까지 했던 기업은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게 된 셈이다.
이러한 글로벌경쟁의 결과는 자명하다.
항상 혁신적인 제품을 제공하는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대다수의
기업들은 잊혀지거나 외면당하여 궁극적으로 도태되는 것이다.
최근 세계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삼보컴퓨터와 모니터전문생산
업체인 코리아데이터시스템즈의 미국합작법인인 e-머신즈는 이러한 추세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e-머신즈는 외환위기의 한파로 기업들이 쓰러져 갈 때, 미국에 초저가 PC
(개인용컴퓨터)를 수출하는 전략을 세웠다.
컴퓨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모든 주요 부품들을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었던
점에 착안해 생산 선적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비용을 줄였다.
이런 노력 끝에 당시 아무도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5백달러 미만의
초저가 PC를 개발했다.
e-머신즈 설립 당시 영입한 스티브 더커 사장은 인터넷붐이 일어나면서
미국의 저소득층 가구에서 초저가 PC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가 있으리라는
철저한 시장조사를 미리 해놓고 있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e-머신즈는 제품출시 후 두달만에 20만여대를 팔았고, IBM에 이어 미국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
최근엔 인터넷광고를 보는 대신 공짜 PC를 주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나스닥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e-머신즈의 성공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기업의 글로벌화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e-머신즈는 한국에서 값싼 양질의 컴퓨터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다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이들 부품을 조합해 초저가
PC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그동안 아무도 못했던 것뿐이었다.
둘째, 초저가 PC의 성공은 미국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스티브 더커
사장을 영입함으로써 가능했다.
그를 사장에 앉히고 주식옵션 등 각종 인센티브를 주었기에 가장 적절한
마케팅전략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e-머신즈는 그후 일본과 유럽에 진출할 때도 현지기업과 합작형태로 진출
했다.
이는 그 나라의 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와의 제휴가 성공에 필수적이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e-머신즈는 단지 저가PC의 생산과 판매에 만족하지 않고, 향후
인터넷시장의 성장과 발맞춰 성장하는 방법으로 공짜 PC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e-머신즈의 전략은 앞으로 새 천년의 글로벌경영을 꿈꾸는 많은
한국기업에게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한때 한국에서는 외국에 공장을 짓거나,외국에서 돈을 마구 차입하는 것이
글로벌경영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글로벌경영은 마음의 변화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냉철하게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고, 그
장점을 통해 전세계 고객에 어떻게 봉사할 수 있는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또한 그것이 과연 한국 본사에서 모든 권한을 움켜쥐고 할 수 있는지 판단
해야 한다.
더욱이 인터넷시대의 글로벌 고객이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빠른 의사결정과 자신감은 새 천년 글로벌시대 경영자의 필수적인 덕목
이다.
< schang@mail.korea.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
새 천년이 밝았다.
새 시대의 특징은 무엇일까.
가장 분명한 모습중 하나는 글로벌화(globalization)일 것이다.
이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이를 선도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도태될 것이라는
점이다.
글로벌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화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도 같다.
석기시대에는 씨족을 중심으로 작은 자급자족적인 군락을 이루며 살았다.
청동기 철기시대를 거치면서 기술혁신이 일어남에 따라 부족사회 고대국가
등을 형성하면서 자급자족적인 경제단위가 점점 커져 왔다.
증기기관의 발명에서 비롯된 산업혁명의 비약적인 기술진보로 근대국가가
발전됐다.
이들 서구열강들은 후진국을 식민지화해 그 당시 나름대로의 글로벌화를
추구했다.
IBM 쉘(Shell) GM(제너럴모터스)과 같은 다국적기업이 국경을 뛰어넘는다고
해 한때 초국적기업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같은 20세기 후반의 급속한 글로벌화는 통신과 운송수단의 획기적인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
새 천년의 글로벌화가 과거의 글로벌화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무엇일까.
바로 그 속도다.
특히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진행되는 최근의 변화는 전율을 일으킬
정도다.
한국의 10대와 20대는 현재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초면의 사람과 같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얼마 안되는 가격의 디지털 카메라만 붙이면 상대편 얼굴을 보면서 대화도
즐길 수 있다.
새로운 음악이나 유행은 빛의 속도로 전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새 천년을 맞이하는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인터넷 도움으로 기업보다
더욱 빠르게 이미 글로벌화돼 버린 고객들을 어떻게 만족시킬까" 하는 문제
이다.
자동차를 사려는 미국의 소비자는 이제 인터넷을 통해 현대자동차와 도요타
의 모델을 미리 비교해 보고 근방에서 가장 싸게 판매하는 딜러를 찾는다.
이들은 먼저 같은 차를 산 소비자들이 써놓은 소감을 미리 읽어보고 구매
결정을 한다.
따라서 과거 소비자의 불만을 도외시하거나 혹 속이기까지 했던 기업은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게 된 셈이다.
이러한 글로벌경쟁의 결과는 자명하다.
항상 혁신적인 제품을 제공하는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대다수의
기업들은 잊혀지거나 외면당하여 궁극적으로 도태되는 것이다.
최근 세계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삼보컴퓨터와 모니터전문생산
업체인 코리아데이터시스템즈의 미국합작법인인 e-머신즈는 이러한 추세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e-머신즈는 외환위기의 한파로 기업들이 쓰러져 갈 때, 미국에 초저가 PC
(개인용컴퓨터)를 수출하는 전략을 세웠다.
컴퓨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모든 주요 부품들을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었던
점에 착안해 생산 선적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비용을 줄였다.
이런 노력 끝에 당시 아무도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5백달러 미만의
초저가 PC를 개발했다.
e-머신즈 설립 당시 영입한 스티브 더커 사장은 인터넷붐이 일어나면서
미국의 저소득층 가구에서 초저가 PC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가 있으리라는
철저한 시장조사를 미리 해놓고 있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e-머신즈는 제품출시 후 두달만에 20만여대를 팔았고, IBM에 이어 미국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
최근엔 인터넷광고를 보는 대신 공짜 PC를 주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나스닥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e-머신즈의 성공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기업의 글로벌화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e-머신즈는 한국에서 값싼 양질의 컴퓨터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다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이들 부품을 조합해 초저가
PC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그동안 아무도 못했던 것뿐이었다.
둘째, 초저가 PC의 성공은 미국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스티브 더커
사장을 영입함으로써 가능했다.
그를 사장에 앉히고 주식옵션 등 각종 인센티브를 주었기에 가장 적절한
마케팅전략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e-머신즈는 그후 일본과 유럽에 진출할 때도 현지기업과 합작형태로 진출
했다.
이는 그 나라의 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와의 제휴가 성공에 필수적이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e-머신즈는 단지 저가PC의 생산과 판매에 만족하지 않고, 향후
인터넷시장의 성장과 발맞춰 성장하는 방법으로 공짜 PC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e-머신즈의 전략은 앞으로 새 천년의 글로벌경영을 꿈꾸는 많은
한국기업에게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한때 한국에서는 외국에 공장을 짓거나,외국에서 돈을 마구 차입하는 것이
글로벌경영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글로벌경영은 마음의 변화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냉철하게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고, 그
장점을 통해 전세계 고객에 어떻게 봉사할 수 있는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또한 그것이 과연 한국 본사에서 모든 권한을 움켜쥐고 할 수 있는지 판단
해야 한다.
더욱이 인터넷시대의 글로벌 고객이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빠른 의사결정과 자신감은 새 천년 글로벌시대 경영자의 필수적인 덕목
이다.
< schang@mail.korea.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