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저널] "손정의 부총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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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이 스스로 무대에서 내려왔다.
91년 탱크에 올라타 반개혁적 공산주의자들에게 저항하는 극적 장면을
연출한 옐친이다.
지난 8년 재임기간 중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만을 안겨 준 옐친이었지만
마지막 한 순간을 명예롭게 마무리함으로써 "역시 프로답다"는 워싱턴의
평가를 받았다.
새 천년은 젊은 "새 정치인과 새 얼굴"에게 맡기는 것이 순리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47세인 KGB출신의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대행을 의식한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지도자의 덕목은 보는 사람에 따라 그리고 시대적 상황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능력"
을 꼽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옐친은 그야말로 동물적 감각을 보여주었으며 "남과 다른
방식으로 무대에 올라섰고 또 남과 다른 방식으로 내려서는 지혜를 보여
주었다"는 게 브루킹스연구소 한 러시아 전문가의 평이다.
그렇다고 "그가 지도자로서의 필요충분조건을 다 갖추었는가"라는 대목
에서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스위스은행에 1천5백만 달러에 달하는 차명계좌가
있다는 의구심을 받고 있는 옐친이다.
딸을 크렘린궁의 고위직에 앉히기도 했던 그다.
푸틴은 옐친과 그 가족에게 면죄부를 쥐어 줬지만 대통령 자리에 앉자마자
옐친의 딸을 파면해 버리는 신속함을 과시했다.
옐친이 공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는 시사를 담은 응징이었다.
홍사중씨는 "리더와 보스"라는 저서에서 지도력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첫째 사람을 볼 줄 안다. 둘째 사람을 쓸 줄 안다. 셋째 말을 들을 줄
안다. 넷째 사람을 움직일 줄 안다. 다섯째 이 네가지를 바탕으로 실천할 줄
안다"
이런 맥락에서도 옐친이 훌륭한 지도자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그는 재임 기간중 다섯명의 총리를 갈아치웠으며 이들 중에는 단 몇 개월의
총리직에 만족해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옐친은 사람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능력이 없었거나 아니면 변덕이 심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뜻이 된다.
김영삼 정권은 "인사는 만사"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었고 국민 모두는
"머리는 빌리면 된다"라는 한가닥 가설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그 실험은 처절한 실패였고 또 그로 인한 코스트는 엄청난 것이었다.
역시 어떤 말이 적토마인지를 식별할 줄 모르는 사람을 최종결정권을
행사하는 자리에 앉히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라는 것이 우리 모두의
결론이었다.
반작용이라고나 해야할까.
"적토마 식별력"이 새 정부의 키워드가 되어버렸지만 그 어느 누구도
"백락의 신통력과 참신한 적토마 콤비"가 탄생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인터넷이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는 상황에서도 "새 정치인과 새얼굴"은
커녕 노트북 자판 한번 두드려 본적 없을 것 같은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컴퓨터와 정보기술(IT)은 아래 사람들에게 맡길 수 있다는 논리를 펼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바로 그런 사고가 김영삼 정부의 사고였고 또 실패의 원인
이었으며 그런 사고가 바뀌지 않는 한 또 다른 패착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
이다.
옐친이 푸틴을 후계로 지명했지만 푸틴이 러시아를 끌고 갈 수 있는 진성
적토마인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미국의 평가다.
러시아의 운명이 러시아인 스스로가 신뢰하지 못하던 옐친의 적토마식별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재경부장관과 교육부장관을 부총리로 승격시킨다지만 지금 같은 미증유의
사이버시대엔 정보기술을 잘 아는 적토마를 찾아내 정통부장관에 앉힘과
동시에 부총리로 승격시켜 온 나라가 사이버경쟁력 배양에 매진하도록 해야
한다는 뒷소리도 적지 않다.
농담삼아 일부에서 던지는 "손정의 총리"론이 그것이다.
국제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손정의씨가 한국 부총리직에 관심이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삼고초려라는 말과 함께 "농담속에 진실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백락처럼 적토마를 알아 볼 줄 알고 또 이를 부릴 줄 아는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결국 한 국가의 운인지 모른다.
< 워싱턴 특파원 양봉진 http://bjGloba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
91년 탱크에 올라타 반개혁적 공산주의자들에게 저항하는 극적 장면을
연출한 옐친이다.
지난 8년 재임기간 중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만을 안겨 준 옐친이었지만
마지막 한 순간을 명예롭게 마무리함으로써 "역시 프로답다"는 워싱턴의
평가를 받았다.
새 천년은 젊은 "새 정치인과 새 얼굴"에게 맡기는 것이 순리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47세인 KGB출신의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대행을 의식한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지도자의 덕목은 보는 사람에 따라 그리고 시대적 상황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능력"
을 꼽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옐친은 그야말로 동물적 감각을 보여주었으며 "남과 다른
방식으로 무대에 올라섰고 또 남과 다른 방식으로 내려서는 지혜를 보여
주었다"는 게 브루킹스연구소 한 러시아 전문가의 평이다.
그렇다고 "그가 지도자로서의 필요충분조건을 다 갖추었는가"라는 대목
에서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스위스은행에 1천5백만 달러에 달하는 차명계좌가
있다는 의구심을 받고 있는 옐친이다.
딸을 크렘린궁의 고위직에 앉히기도 했던 그다.
푸틴은 옐친과 그 가족에게 면죄부를 쥐어 줬지만 대통령 자리에 앉자마자
옐친의 딸을 파면해 버리는 신속함을 과시했다.
옐친이 공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는 시사를 담은 응징이었다.
홍사중씨는 "리더와 보스"라는 저서에서 지도력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첫째 사람을 볼 줄 안다. 둘째 사람을 쓸 줄 안다. 셋째 말을 들을 줄
안다. 넷째 사람을 움직일 줄 안다. 다섯째 이 네가지를 바탕으로 실천할 줄
안다"
이런 맥락에서도 옐친이 훌륭한 지도자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그는 재임 기간중 다섯명의 총리를 갈아치웠으며 이들 중에는 단 몇 개월의
총리직에 만족해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옐친은 사람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능력이 없었거나 아니면 변덕이 심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뜻이 된다.
김영삼 정권은 "인사는 만사"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었고 국민 모두는
"머리는 빌리면 된다"라는 한가닥 가설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그 실험은 처절한 실패였고 또 그로 인한 코스트는 엄청난 것이었다.
역시 어떤 말이 적토마인지를 식별할 줄 모르는 사람을 최종결정권을
행사하는 자리에 앉히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라는 것이 우리 모두의
결론이었다.
반작용이라고나 해야할까.
"적토마 식별력"이 새 정부의 키워드가 되어버렸지만 그 어느 누구도
"백락의 신통력과 참신한 적토마 콤비"가 탄생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인터넷이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는 상황에서도 "새 정치인과 새얼굴"은
커녕 노트북 자판 한번 두드려 본적 없을 것 같은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컴퓨터와 정보기술(IT)은 아래 사람들에게 맡길 수 있다는 논리를 펼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바로 그런 사고가 김영삼 정부의 사고였고 또 실패의 원인
이었으며 그런 사고가 바뀌지 않는 한 또 다른 패착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
이다.
옐친이 푸틴을 후계로 지명했지만 푸틴이 러시아를 끌고 갈 수 있는 진성
적토마인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미국의 평가다.
러시아의 운명이 러시아인 스스로가 신뢰하지 못하던 옐친의 적토마식별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재경부장관과 교육부장관을 부총리로 승격시킨다지만 지금 같은 미증유의
사이버시대엔 정보기술을 잘 아는 적토마를 찾아내 정통부장관에 앉힘과
동시에 부총리로 승격시켜 온 나라가 사이버경쟁력 배양에 매진하도록 해야
한다는 뒷소리도 적지 않다.
농담삼아 일부에서 던지는 "손정의 총리"론이 그것이다.
국제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손정의씨가 한국 부총리직에 관심이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삼고초려라는 말과 함께 "농담속에 진실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백락처럼 적토마를 알아 볼 줄 알고 또 이를 부릴 줄 아는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결국 한 국가의 운인지 모른다.
< 워싱턴 특파원 양봉진 http://bjGloba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