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 MIT 기계공학과 학과장 >

"한국은 미국에 비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분의 1 수준이다. 이들과
비슷해지려면 3배를 더 뛰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가 가진 것이라곤 인력
밖에 없다. 기술인력을 키워야 한다"

미국 MIT대 기계공학과 학과장인 서남표 교수는 "한국이 국제적으로 도약
하기 위해서는 기술인력 양성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생산공정.마찰공학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은 세계적인 석학
이다.

지난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시절에는 미국과학재단(NSF) 공학담당 부총재로
활약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교육부의 "BK21" 해외자문단장을 맡기도 했다.

서 교수는 "결국 우수한 인력은 대학을 통해 육성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 대학의 문화를 바꾸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정부가 나서서 모든 것을 규제하다 보니 대학의 창의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학교는 위에서 하라는 것만 하게 된다. 책임과 권한을 대학
에게 맡기고 그들이 스스로 결정토록 해줘야 한다"는게 서 교수의 지론이다.

그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쉬운 목표를 세우고 정부는 그 틀만 잡아주면 되는
방법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서울대 같은 대학을 10개 더 만들자거나 세계적인 연구소를 몇개
만든다는 비전을 명확히 갖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

BK21도 결국 목적이 불분명해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서 교수는 "최근 싱가포르도 대학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MIT에 무려 2억달러
를 내고 난양기술대와 싱가포르국립대 학생들이 영상으로 MIT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며 "국내 대학들도 이런 흐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도 국내에서 SCI(과학논문인용색인)를 과학기술 수준을 평가
하는 중요한 잣대로 간주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과학기술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
이라며 "논문인용은 참고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미국 대학에서 SCI 1위를 차지한 대학이 작년에 대학 순위에서
46위에 그쳤다는 것.

국내의 국책연구소도 강점이 있는 정하고 기술의 흐름을 예측해 연구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들어 MIT 생물학과는 일찌감치 분자생물학에 중점을 두고 연구와 교육
을 해왔기 때문에 바이오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혔다고 설명했다.

< 보스턴=김태완 기자 tw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