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커신(중과신)증권은 중국에서 잘 알려진 증권사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를 취재하느라 이 회사 투자분석가인
선(심)선생을 만났다.

WTO가입에 대한 그의 첫 말은 "야단났다"라는 것이었다.

그는 WTO에 가입하면 외국 투자자문회사들이 중국에서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며 "가장 큰 변화는 우수 인재의 이탈"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증권사가 키워왔던 투자분석가들을 외국기업에 빼앗길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중국의 브레인 누출 현상은 이미 시작됐다.

젊은 인재들은 기회만 있으면 취업을 위해 외국기업 문을 두드린다.

봉급 수준이 국내 기업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대학졸업생이 중국 국유기업에 취업하면 일반적으로 5백위안(1위안=1백40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이 정도면 베이징에서 간신히 먹고 사는 수준이다.

경영실적이 좋은 국유기업이라도 1천위안 받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외국기업에 취업하게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국 기업들이 영어를 할 수 있는 대졸자에게 주는 첫 월급은 약 3천위안.

컴퓨터 등 전문지식이 있다면 봉급은 더 뛴다.

정보통신분야의 한 한국 대기업은 최근 첫 월급 5천위안에 명문 칭화(청화)
대 전자공학과 졸업생을 채용하기도 했다.

이 회사 인사담당자는 미국과 일본 기업은 우리나라 기업보다 더 높다며
이들은 조금이라도 월급을 더 주겠다는 회사가 있으면 바로 사표를 낸다고
귀띔했다.

국가경제무역위의 한 고급 관리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 공무원의 인기가 날로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학생 대부분이 공산당 가입 신청을 했습니다.
공무원 되기에 유리했기 때문이지요.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외국기업이 더 매력적이에요"

그는 중국이 WTO에 가입, 외국 기업이 물밀듯 밀려오면 공무원의 인기가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대졸 공무원의 첫 월급은 현재 2백위안을 조금 웃돈다.

수당을 합쳐도 5백위안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에서도 기능이 중시되는 풍조가 일어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관리는 그러면서도 중국의 WTO 가입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것이 결국은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초석이 될 것이란 점도 빼놓지
않았다.

WTO 가입을 앞둔 중국에서는 사회 밑바닥에서부터 이렇게 거대한 변혁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