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들의 21C 진단] (5) ''아시아적 가치'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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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적 가치 (Asian Value)"는 21세기에도 실존할 이데올로기인가,
아니면 외환 위기와 함께 증발한 허구적 개념인가.
아시아 경제가 빠른 속도로 기력을 되찾으면서 구미지식인들 사이에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되살아나고 있다.
가족 간의 유대와 인간관계 중시, 권위에 대한 존중, 합의 중시, 높은
교육열 등으로 특징지워지는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는 한때 일본을 비롯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의 높은 경제적 성취를 뒷받침해온 원동력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들어 일본 경제가 급속히 침체국면으로 돌아선후 한국
등 동아시아 주요국들이 외환 위기에 빠지자 이런 평가는 정반대로 바뀌었다.
MIT대의 폴 크루그먼 교수를 비롯한 경제학자들 및 존 나이스비트와 앨빈
토플러 등으로 대표되는 미래학자들은 아시아적 가치의 모순에서 경제
위기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의 모티머 주커만 편집장은 이들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해 "아시아적 가치는 재앙"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가족간의 유대와 인간 관계를 중시하는 풍토는 망국적인 족벌 자본주의
(crony capitalism)를 키우는 토양을 만들었으며 권위에 대한 존중은
관료주의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이다.
합의를 중시하는 문화는 뇌물과 부패의 온상으로 변질됐으며 암기 위주의
편향된 교육 방식은 정보통신 혁명의 시대에 걸맞는 창의적 인재 양성을
가로막는 병폐가 됐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이런 부정적 측면이 뒤엉켜 동아시아 경제의 체질이 서서히 약화돼 왔다는게
이들 전문가의 진단이다.
그 결과 아시아 국가들은 순간적으로 닥친 외환 위기를 극복할 힘을 잃었다
는 것이다.
극복은 커녕 경제 전체가 거덜나기 일보 직전의 재난으로까지 몰릴 수밖에
없었던 연유가 바로 아시아적 가치의 모순에 있었다는 얘기다.
일본을 위시한 아시아 진영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이런 서구 전문가들의
비판에 대해 반론이 모색되고 있다.
재앙에 가까웠던 외환위기 당시에는 "할 말"을 참았지만 아시아 경제가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는 만큼 아시아적 가치가 다시 정당한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리콴유 싱가포르 선임 장관과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 등이
대표적인 반론 주자들이다.
이들의 주장은 "구미의 환 투기꾼들에 의해 아시아 경제가 일시적으로
재난을 당했다고 해서 장유유서와 근면, 교육, 인간적 유대중시 등의
아시아적 미덕이 매도당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같은 아시아적 가치는 외환위기 이전까지 아시아 경제를 고도성장의 반석
위에 올려 놓은 힘의 원천이었으며 그 효용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재기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았던 아시아 경제가 불과 1년여만에 감쪽
같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증거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새 천년의 초입에서 아시아의 지식인들이 이처럼 전통적 가치에 대한
"복권"을 시도하고 있는데 대해 구미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냉정한 평가를
고수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논객은 영국의 문화 평론가인 이안 부루마이다.
부루마는 지난해말 뉴욕 타임스의 기고문에서 "아시아의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21세기가 아시아인들의 세기가 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특히 일본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단일
민족, 단일 문화에 의한 결속력의 힘"을 비판했다.
부루마는 글로벌 정보혁명시대를 맞아 단일 문화는 오히려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취약 요소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수많은 민족과 문화가 혼재돼 있는 미국이 다양성의 바탕 위에서
창의적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반증으로 제시한다.
부루마는 또 자유분방한 지적 활동이 글로벌 경쟁의 키워드로 떠오른
21세기에는 아시아 국가들도 가치관을 혁신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인간적 유대와 장유유서의 질서 문화, 암기식 교육 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는한 경쟁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서구인들의 평가는 아시아에 대한 수많은 편견의 하나로 보는
견해가 많다.
21세기는 다양한 가치와 문화가 존중받는 "문화적 다원주의"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전망한다.
서구적 가치가 다양한 미덕 가운데 하나인 것처럼 아시아적 가치 역시
중요한 가치중의 하나라면 앞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
아니면 외환 위기와 함께 증발한 허구적 개념인가.
아시아 경제가 빠른 속도로 기력을 되찾으면서 구미지식인들 사이에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되살아나고 있다.
가족 간의 유대와 인간관계 중시, 권위에 대한 존중, 합의 중시, 높은
교육열 등으로 특징지워지는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는 한때 일본을 비롯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의 높은 경제적 성취를 뒷받침해온 원동력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들어 일본 경제가 급속히 침체국면으로 돌아선후 한국
등 동아시아 주요국들이 외환 위기에 빠지자 이런 평가는 정반대로 바뀌었다.
MIT대의 폴 크루그먼 교수를 비롯한 경제학자들 및 존 나이스비트와 앨빈
토플러 등으로 대표되는 미래학자들은 아시아적 가치의 모순에서 경제
위기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의 모티머 주커만 편집장은 이들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해 "아시아적 가치는 재앙"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가족간의 유대와 인간 관계를 중시하는 풍토는 망국적인 족벌 자본주의
(crony capitalism)를 키우는 토양을 만들었으며 권위에 대한 존중은
관료주의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이다.
합의를 중시하는 문화는 뇌물과 부패의 온상으로 변질됐으며 암기 위주의
편향된 교육 방식은 정보통신 혁명의 시대에 걸맞는 창의적 인재 양성을
가로막는 병폐가 됐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이런 부정적 측면이 뒤엉켜 동아시아 경제의 체질이 서서히 약화돼 왔다는게
이들 전문가의 진단이다.
그 결과 아시아 국가들은 순간적으로 닥친 외환 위기를 극복할 힘을 잃었다
는 것이다.
극복은 커녕 경제 전체가 거덜나기 일보 직전의 재난으로까지 몰릴 수밖에
없었던 연유가 바로 아시아적 가치의 모순에 있었다는 얘기다.
일본을 위시한 아시아 진영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이런 서구 전문가들의
비판에 대해 반론이 모색되고 있다.
재앙에 가까웠던 외환위기 당시에는 "할 말"을 참았지만 아시아 경제가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는 만큼 아시아적 가치가 다시 정당한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리콴유 싱가포르 선임 장관과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 등이
대표적인 반론 주자들이다.
이들의 주장은 "구미의 환 투기꾼들에 의해 아시아 경제가 일시적으로
재난을 당했다고 해서 장유유서와 근면, 교육, 인간적 유대중시 등의
아시아적 미덕이 매도당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같은 아시아적 가치는 외환위기 이전까지 아시아 경제를 고도성장의 반석
위에 올려 놓은 힘의 원천이었으며 그 효용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재기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았던 아시아 경제가 불과 1년여만에 감쪽
같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증거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새 천년의 초입에서 아시아의 지식인들이 이처럼 전통적 가치에 대한
"복권"을 시도하고 있는데 대해 구미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냉정한 평가를
고수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논객은 영국의 문화 평론가인 이안 부루마이다.
부루마는 지난해말 뉴욕 타임스의 기고문에서 "아시아의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21세기가 아시아인들의 세기가 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특히 일본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단일
민족, 단일 문화에 의한 결속력의 힘"을 비판했다.
부루마는 글로벌 정보혁명시대를 맞아 단일 문화는 오히려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취약 요소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수많은 민족과 문화가 혼재돼 있는 미국이 다양성의 바탕 위에서
창의적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반증으로 제시한다.
부루마는 또 자유분방한 지적 활동이 글로벌 경쟁의 키워드로 떠오른
21세기에는 아시아 국가들도 가치관을 혁신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인간적 유대와 장유유서의 질서 문화, 암기식 교육 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는한 경쟁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서구인들의 평가는 아시아에 대한 수많은 편견의 하나로 보는
견해가 많다.
21세기는 다양한 가치와 문화가 존중받는 "문화적 다원주의"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전망한다.
서구적 가치가 다양한 미덕 가운데 하나인 것처럼 아시아적 가치 역시
중요한 가치중의 하나라면 앞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