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협상이 여야간 막판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여야는 5일 3당3역회의를 열어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한다는 원칙에는 합의했다.

그러나 인구 상.하한선 및 비례대표 선출 방식에 대해서는 견해차를
좁히는데 실패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날 인구 상.하한선을 우선 정할 것을 요구하며
하한 8만5천명, 상한 34만명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현행 선거제 틀내에서 선거구 획정원칙을 정한뒤
인구 상.하한선을 정하자고 맞섰다.

또 공동여당은 1인2표제에 의한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으나 한나라당은 군소정당 난립 등을 이유로 1인1표제 유지를
고집,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따라 여야는 총장 및 총무들간 별도 협상채널을 가동, 합의점을
모색한뒤 6일 3당3역 회의를 재개해 최종 입장을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 공동여당 =여권은 선거법 협상에서 개혁적 요소를 반드시 포함시키면서
도 영남으로 세를 확대하겠다는 두가지 포석을 갖고 있다.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마당에 개혁적 요소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비난은 고스란히 여당이 받아야 한다.

따라서 여당은 중선거구를 포기한 만큼 1인2표식 권역별 정당명부제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특정 정당이 특정 권역에서 3분의 2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지역대결 구도를 타파하는 개혁적 요소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제도가 여권에 불리하지 않다는 현실적 계산도 깔려있다.

여당의 텃밭인 충청.전라도에서는 공동여당이 의석을 분점해 야당의 진출이
쉽지 않지만 영남에서는 한나라당이 확보할 수 없는 3분의 1의 대부분을
여권이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은 현행 1인1표제가 직접투표를 규정한 헌법과 배치된다는 점을 들어
1인2표제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있다.

여기에도 조직과 자금의 우위를 바탕으로 "신당 바람"을 일으킬 수 있고
연합공천이 훨씬 수월해지는 만큼 여당에 1인2표제가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선거법의 조속한 타결도 여당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자칫 다음주로 선거법 협상이 넘어가면 총리 인준 문제와 연계돼 불리한
입장에 처할 뿐만 아니라 신당창당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국민회의 박상천 총무가 "야당이 협상을 지연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용납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 한나라당 =권역별 비례대표제 이외에는 현행 선거제도의 기본틀을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여권의 영남권 진출을 차단하고 공동여당간 틈을
벌려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이상의 의석을 획득하기 위한 전략이다.

우선 한나라당은 1인2표제가 군소야당의 난립을 부추겨 한나라당의 세력을
악화시키려는 여권의 의도로 파악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결과 영남권에서 여권 민주신당의 지지도가 15% 안팎에
달하는 반면 호남에서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10%에도 못미치고 있어
불리하다는 분석이다.

또 민주노동당등 군소정당이 다른 곳보다는 영남권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를
받는 점도 한나라당으로선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1인1표제가 민주신당과 자민련의 연합공천도 깨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인2표제에선 수도권 연합공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나라당은 중복출마제나 석패율 제도 역시 자민련 영남권 의원들을 달래기
위한 "편법"으로 보고 반대하고 있다.

또 8만5천~34만명의 인구 상.하한 기준과 행정구역에 따라 선거구를 전면
재조정하자는 여권의 주장에도 반대하고 있다.

이 경우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에서 4개 선거구 감축이 불가피한 데다 안동
경주 등 한나라당 우세지역인 도.농 통합시 선거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따라서 지역구 수를 현행 2백53개에서 2백50개로 3개 감축하는
대신 비례대표는 49명으로 늘려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5대1로 유지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 정태웅.김남국 기자 reda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