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한국경제 만큼 대외환경에 의존하는 국가도 없다고 한다.

국내 자본 동원능력과 부존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출발한 성장전략 자체가
그렇다.

특히 우리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겪으면서 이런 성향이 더욱
강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환경은 그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외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자체가 경기부양 수단이 될 수 있고 구조조정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을 잘 활용하느냐 여부에 따라 정부정책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

금년의 대외환경은 어떻게 될까.

한 마디로 국내기업들이 체감적으로 좋아진다고 느끼기는 어려울 것같다.

물론 세계경제는 지난해에 이어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된다.

문제는 통상마찰, 국제유가, 국제금리와 같은 기업들에게 피부에 와닿는
대외변수는 크게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주요 예측기관들의 전망을 종합해 보면 금년에 세계경제는 3~3.5%로 지난해
의 2.7~2.9%에 비해 소폭 회복하는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개선폭은 지난해의 1% 포인트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세계경제가 당초 예상선을 밑돌 것으로 보는 배경에는 국제수지 불균형으로
기승을 부리게 될 무역마찰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금리와 유가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별로는 금년에는 유럽경제의 부침이 눈에 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1%로 추정되는 유럽경제는 금년에는 3%로 크게 제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경제는 지난해 3.8%에서 3% 내외로 둔화될 것으로 보이나 연착륙
(soft-landing)은 무난히 달성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본경제는 지난해의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나 성장률은 1%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유동성 함정에 빠져있는 민간소비가 당분간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중국경제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될 경우 침체된 경기회복의 돌파구가
마련돼 8% 내외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지난해 당초 예상과 달리 4% 내외의 회복세를 보인 아시아 경제는 금년에는
5%대의 성장세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것이 성장률이 크게
제고되지 못하는 요인이다.

중남미 경제도 금융위기의 재발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 금년에도
성장률이 크게 제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동유럽과 러시아 경제는 지난해 1%대에서 금년에는 각각 4%, 2%대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에 대외환경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무엇보다 뉴라운드 협상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연초부터 농산물과 서비스 협상을 필두로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이나
일부 개도국과 비정부기구(NGO)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금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무역적자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무역마찰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개도국들도 그동안 선진국들이 수입규제 수단으로 활용해온 반덤핑 조치를
빈번하게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금년의 대외환경이 크게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채산성면에서는 지난해보다 더 어렵게 느낄 수 있다.

이럴 때 대외환경의 변화를 흡수할 수 있는 다양한 완충장치를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 한상춘 전문위원 schan@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