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약은 표적이 되는 조직과 장기에만 정확히 투여되는 표적지향형의
약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크루즈미사일이나 스텔스 전폭기가 적의 핵심시설만을 선택적으로 정확히
폭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 천년동안 나온 약은 대다수가 병을 일으키는 여러 요인중 한두가지만
다스릴 수 있었다.

게다가 다른 정상 대사체계를 건드려 약간의 부작용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분자생물학적 연구의 진척으로 복잡한 체내의 물질대사과정과
약물수용체의 구조 등이 밝혀지고 있어 사정이 달라졌다.

원하는 표적의 틀에 딱 들어맞으면서도 다른 조직과 장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약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우선 분자량이 작으면서 약효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약품의 개발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위십이지장 간장 신장에 장애를 일으키는 약물은 피부를 통해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는 제형으로 바뀌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부흡수약물도 어차피 전신을 흐르는 혈액속에 약물이 퍼지는 것은
마찬가지므로 인체의 한정된 부위로만 약물이 미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폭약을 적재한 미사일처럼 약물을 운반할 담체가 필요하다.

그 방법으로 먼저 항암제와 항생제의 경우 기본 분자식에 다른 분자식을
붙여 목표가 되는 장기에 보내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 다음 덧붙여진 분자식이 떨어져 나가 항암 또는 항균 작용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

대두유 레시틴 등의 지방성 액체덩어리는 입자의 지름이 0.2마이크로m에
이른다.

따라서 간장과 비장, 염증부위, 손상된 혈관, 동맥경화가 일어난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잘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안에 스테로이드성 및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생체조절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 계열의 물질을 담을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면 동맥경화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약물을 표적 조직
이나 장기로 보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또 항암제에 스티렌-말레인산 폴리머와 같은 고분자물질을 붙이거나 암이
번진 임파절에 집중적으로 약물이 몰리도록 하는 방법도 모색되고 있다.

악성종양의 혈관은 정상조직의 혈관과 달리 근육층이나 신경 등이 없기
때문에 수축이완이 일어나지 않는다.

또 혈류가 정체돼있어 항암제를 투여해도 종양조직까지 잘 도달하지 않아
약효가 충분히 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혈압상승물질인 안지오텐신 에 항암제를 결합시켜 암부위위
항암제농도를 2배로 높이는 약물이 개발돼 있다.

지방구(지방구)인 리포좀에 항암제를 담은후 리포좀 표면에 고분자물질인
폴리에틸렌글리콜을 붙이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폴리에틸렌글리콜은 어떤 약물이 혈액중에 오래 머무르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만든 약물을 정맥주사하면 약물이 퍼지는 면적은 줄어도 종양부위
에서의 항암제 농도는 4~16배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리포좀 표면에 암세포의 항체를 결합시킴으로써 항체가 항원인 암세포를
잘 찾아가게 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또 악성종양이 생기는 부위는 혈류가 정체돼 있고 혈압이 낮기 때문에
혈압상승물질과 항암제를 붙여 투여하는 간단한 방법도 고안돼 있다.

가장 발달한 신제형 약품은 마이크로칩이 내장돼 인체에 들어가면 리모컨에
의해 약물투여가 조종되는 형태의 약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약제형은 수십가지 약물이 들어있어 원격명령에 의해 해당 장기에
적정량의 약물을 붓고 옮겨다니는 것으로 혈관을 따라 흘러다니는 일종의
로봇이다.

미국 MIT가 개발하고 있는 이런 최첨단 약물은 약물 뿐만 아니라 향수와
느낌이나 기분을 조절하는 물질을 담아 인체를 떠돌아 다니게 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