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13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는 여야 정치권 내부의 권력 지도를
다시 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직까지 후계구도가 불투명한 여권에 큰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지금까지 국민회의 내에서는 신주류와 구주류,두 세력이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등 "파워게임" 양상은 비교적 단순했다.

집권 초 김대중 대통령의 측근으로 포진한 신주류는 지난해 5월 개각에서
"판정승"을 거뒀지만 지난해 11월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계기로 동교동계
중심의 구주류가 "실지"를 회복하는 등 부침이 있었다.

이같은 흐름은 총선을 계기로 훨씬 복잡한 양상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벌써부터 "9룡"이 출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민주신당의 총선 전략은 기본적으로 각 지역 대표자에게 권한을 부여하면서
아울러 생존을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 대표성을 갖고 있는 중진 인사들은 총선 결과에 따라 생사가
결정되는 셈이다.

수도권의 김근태 이종찬 부총재, 호남의 한화갑 총장, 부산.경남의 노무현
부총재, 대구.경북의 김중권 전 청와대비서실장, 충청의 이인제 당무위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중 화려한 "전과"를 올린 인사들은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당내에서의
위상이 달라지게 된다.

특히 영남에서 생존한 중진들은 전국정당화라는 신당의 구상과 맞물려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이인제 당무위원과 이수성 전총리의 움직임도 중요한 변수다.

자민련과의 합당이 무산된 이후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이 위원은 지난
대선에서 조직과 자금의 중요성을 절감한 만큼 신당에서 나름의 역할을 할게
분명하다.

반면 신당의 공동선대본부장으로 거론되는 이 전총리는 무주공산인 TK지역
에서 지분을 확보하는게 유리하다는 판단아래 5공인사가 주축이 된 TK신당
으로 옮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선거결과에서 일단 "승리"나 "무승부"로 판정되면 9월로 예정된 신당 전당
대회 전까지 생존자들간 "군웅할거"하는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참패"로 드러나면 신당 창당과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동교동계 등
구주류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이렇다면 참신성을 갖춘 김근태 이인제 씨 등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선거전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권노갑 고문과 한광옥 실장 등은 꾸준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김상현 조세형 김영배 김원기 고문과 정대철 부총재
등은 신진세력의 진출 등으로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게 정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들 중 일부는 아예 공천이나 본선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자민련은 경우 총선결과 현 의석 수준을 유지하면 김종필 총리 중심체제가
더욱 굳어진다.

그러나 교섭단체를 겨우 구성하는 수준으로 무너지면 당 쇄신론이
제기되면서 이한동 의원 등이 부각될 공산이 크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를 견제할 만한 세력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현재의 당내 구도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총선에서 예상밖의 참패를 겪으면 이 총재의 지도력이 급속히
무너지면서 최병렬 김덕룡 부총재, 이부영 총무, 서청원 강재섭 의원 손학규
전의원 등의 각개약진이 예상된다.

이밖에 5공세력을 중심으로 한 TK신당이나 민주노동당, 김용환 의원의
벤처신당 등 군소정당의 대표들이 일정 지분을 확보하면 이들의 정치적인
입지도 크게 강화될 것이다.

기존 정당과의 다양한 형태의 제휴와 연대가 가시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4.13총선은 3김정치의 고리를 끓고 21세기의 지도자군을 가시화시킨다
는 점에서 그 어느 총선과는 다른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 김남국 기자 n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