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메일에 띄운 '밀레노믹스'] (5) '세계속의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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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준 < 국민대 교수.경제학 >
"한국은 캐나다보다 역사가 짧은 나라다"
필자가 미국에 유학할 때 캐나다 토론토에서 온 급우들로부터 들은 말이다.
캐나다는 1867년 지금의 연방정부 형태로 자치권을 행사하게 되었고 1931년
완전한 독립을 달성한 역사를 갖고 있다.
따라서 1945년에 해방이 돼 1948년 정부를 수립한 한국은 더 신생국가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반감이 가는 말이었다.
그러나 1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필자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잘 관찰해 보면 우리에게 반만년의 문화전통이
계승되고 있다기 보다는 신생국가적인 조급함과 시스템의 혼란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할 수도 있겠다.
구한말 우리는 개화의 파도를 잘 넘지 못하고 결국은 식민지로 전락한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몇 해전 세계화 세계경영 등의 요란한 구호 아래 진행된 준비되지 않은
개방정책은 IMF 구제금융이라는 사태를 초래했다.
무역의존도가 60%가 넘는 한국은 "세계 속의 한국경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냉철하고 지속적인 국제화 전략이 정부 기업 노동자 소비자에게 필수적
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필자가 평소에 갖고 있던 몇 가지 생각을 옮겨본다.
첫째,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1980년대 후반 미국의 경영.행정대학원에서는 "일본을 배우자"는게 큰 유행
이었다.
평범한 일본 유학생이 떠듬떠듬 일본 중심의 헤게모니 이론에 관심이 있다고
얘기하면 모두 경청을 하곤 했었다.
종신고용 시장점유율에 중점을 두는 일본식 경영이 각광을 받으며 미국기업
들의 문제점들은 신랄하게 비판받았다.
그러나 10년이 조금 지난 오늘날 일본경제는 거의 전근대적 시스템으로
매도당하고 있고 아메리칸 스탠더드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다.
한국도 일본식 경제성장전략을 채택했었기 때문에 같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화 혁명과 첨단금융산업은 미국경제를 최고의
경지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소득불균형의 심화는 미국경제의 안정성을 해치고 효율성의 극한추구
는 삶의 질을 위협하고 있다.
필자는 어떤 시스템도 완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장과 정부의 역할이 조화를 이뤄야 하듯 미국경제가 지금과 같은 위치를
얼마나 더 누릴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한달여 전 미국 시애틀 각료회의의 합의 실패로 21세기 새로운 국제무역질서
를 위한 뉴라운드 출범은 잠시 중단됐다.
미국의 독주에 대한 EU(유럽연합)의 반발, 선진국 위주의 협상에 대한
개도국의 반발이 그 원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다자주의 체제강화 외의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경제는 개방정책을 통해 "밖으로부터의 개혁"이라는 구조조정을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름의 생각을 갖고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둘째,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가.
경제는 스포츠가 아니다.
국가와 기업은 다르다.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돼야 하지만 국가는 국민소득이 낮다고
해서 퇴출당하지는 않는다.
국가경쟁력이 아니라 생산성이 향상돼야 한다는 얘기다.
미시경제적 효율성과 거시경제적 안정성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 결과 국민총생산이 늘어나는 것이다.
모든 국가가 선진국이 되는 것도 아니고 선진국이었다가 중진국이 될 수도
있다.
20세기초 선진국이었던 아르헨티나가 좋은 예다.
국가간 경쟁에 대한 강박관념이 아니라 진정한 선진국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투명한 정부정책, 시장 메커니즘의 존중, 국제적 감각, 합리적 협상문화가
선진국을 의미하는 것이다.
단순한 물량 투입의 증가로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시스템
자체가 새로운 국제화 정보화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삶의 질이 보장되고 창조성이 꽃피우는 세계 속의 한국을 다음 세기에
기대해 본다.
셋째, 동아시아 협력 구도를 가시화할 수는 없는가.
우리는 유럽통합에서 생존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과 프랑스, 모두 과거의 갈등을 극복하고 공동시장을
통해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으로까지 성장했다.
일본이 구조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중.일 동양 3국이 지역경제
협력 구도를 발전시켜 나갈 때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경제의 3극 구도가
가능할 것이다.
동북아시아와 아세안(ASEAN)의 협력도 장기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은 아태경제협력체(APEC)를 통해 동아시아를 자신의 세력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EU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을 통해 아시아에 구애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동아시아의 비중은 그만큼 커질 것이고 그 협력의 중심에 한국이 서있는
구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본도 아니고 중국도 아닌 우리만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협력의 허브(hub),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가교, APEC 탄생의
핵심국가, 그리고 새천년 ASEM의 첫번째 국가로 세계외교의 중심에 서 있는
한국을 꿈꿔 본다.
< jjkim@kmu.kookmin.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7일자 ).
"한국은 캐나다보다 역사가 짧은 나라다"
필자가 미국에 유학할 때 캐나다 토론토에서 온 급우들로부터 들은 말이다.
캐나다는 1867년 지금의 연방정부 형태로 자치권을 행사하게 되었고 1931년
완전한 독립을 달성한 역사를 갖고 있다.
따라서 1945년에 해방이 돼 1948년 정부를 수립한 한국은 더 신생국가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반감이 가는 말이었다.
그러나 1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필자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잘 관찰해 보면 우리에게 반만년의 문화전통이
계승되고 있다기 보다는 신생국가적인 조급함과 시스템의 혼란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할 수도 있겠다.
구한말 우리는 개화의 파도를 잘 넘지 못하고 결국은 식민지로 전락한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몇 해전 세계화 세계경영 등의 요란한 구호 아래 진행된 준비되지 않은
개방정책은 IMF 구제금융이라는 사태를 초래했다.
무역의존도가 60%가 넘는 한국은 "세계 속의 한국경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냉철하고 지속적인 국제화 전략이 정부 기업 노동자 소비자에게 필수적
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필자가 평소에 갖고 있던 몇 가지 생각을 옮겨본다.
첫째,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1980년대 후반 미국의 경영.행정대학원에서는 "일본을 배우자"는게 큰 유행
이었다.
평범한 일본 유학생이 떠듬떠듬 일본 중심의 헤게모니 이론에 관심이 있다고
얘기하면 모두 경청을 하곤 했었다.
종신고용 시장점유율에 중점을 두는 일본식 경영이 각광을 받으며 미국기업
들의 문제점들은 신랄하게 비판받았다.
그러나 10년이 조금 지난 오늘날 일본경제는 거의 전근대적 시스템으로
매도당하고 있고 아메리칸 스탠더드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다.
한국도 일본식 경제성장전략을 채택했었기 때문에 같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화 혁명과 첨단금융산업은 미국경제를 최고의
경지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소득불균형의 심화는 미국경제의 안정성을 해치고 효율성의 극한추구
는 삶의 질을 위협하고 있다.
필자는 어떤 시스템도 완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장과 정부의 역할이 조화를 이뤄야 하듯 미국경제가 지금과 같은 위치를
얼마나 더 누릴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한달여 전 미국 시애틀 각료회의의 합의 실패로 21세기 새로운 국제무역질서
를 위한 뉴라운드 출범은 잠시 중단됐다.
미국의 독주에 대한 EU(유럽연합)의 반발, 선진국 위주의 협상에 대한
개도국의 반발이 그 원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다자주의 체제강화 외의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경제는 개방정책을 통해 "밖으로부터의 개혁"이라는 구조조정을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름의 생각을 갖고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둘째,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가.
경제는 스포츠가 아니다.
국가와 기업은 다르다.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돼야 하지만 국가는 국민소득이 낮다고
해서 퇴출당하지는 않는다.
국가경쟁력이 아니라 생산성이 향상돼야 한다는 얘기다.
미시경제적 효율성과 거시경제적 안정성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 결과 국민총생산이 늘어나는 것이다.
모든 국가가 선진국이 되는 것도 아니고 선진국이었다가 중진국이 될 수도
있다.
20세기초 선진국이었던 아르헨티나가 좋은 예다.
국가간 경쟁에 대한 강박관념이 아니라 진정한 선진국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투명한 정부정책, 시장 메커니즘의 존중, 국제적 감각, 합리적 협상문화가
선진국을 의미하는 것이다.
단순한 물량 투입의 증가로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시스템
자체가 새로운 국제화 정보화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삶의 질이 보장되고 창조성이 꽃피우는 세계 속의 한국을 다음 세기에
기대해 본다.
셋째, 동아시아 협력 구도를 가시화할 수는 없는가.
우리는 유럽통합에서 생존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과 프랑스, 모두 과거의 갈등을 극복하고 공동시장을
통해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으로까지 성장했다.
일본이 구조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중.일 동양 3국이 지역경제
협력 구도를 발전시켜 나갈 때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경제의 3극 구도가
가능할 것이다.
동북아시아와 아세안(ASEAN)의 협력도 장기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은 아태경제협력체(APEC)를 통해 동아시아를 자신의 세력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EU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을 통해 아시아에 구애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동아시아의 비중은 그만큼 커질 것이고 그 협력의 중심에 한국이 서있는
구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본도 아니고 중국도 아닌 우리만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협력의 허브(hub),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가교, APEC 탄생의
핵심국가, 그리고 새천년 ASEM의 첫번째 국가로 세계외교의 중심에 서 있는
한국을 꿈꿔 본다.
< jjkim@kmu.kookmin.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