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주요채권단이 작성해 법원에 제출한 64대 계열 소속 78개
법정관리및 화의기업에 대한 "살생부"가 상당부분 엉터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채권단은 금감원이 퇴출후보로 꼽은 37개 기업에 대해 독자적으로 법원에
의견을 내기로 해 살생부가 법원의 판단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6일 채권단과 법정관리 화의기업에 따르면 금감원이 평가대상으로 삼은
78개 법정관리 화의기업중 상당수는 법원이 지난해 9~10월 평가작업 당시
정리계획안을 인가한지 얼마 안돼 당장 회생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없는
기업들이었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원이 회생 가능하다고 판단해 빚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골자로 한 정리계획안을 인가한 기업에 대해 금감원측이 과거자료를 바탕으로
등급을 매긴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리계획안을 인가받아 법정관리를 진행한 기업들은 경기가 회복된데
힘입어 영업목표를 초과 달성한 곳이 많아 정리계획안 불이행에 따른 퇴출
판정을 받을 이유가 없거나 그런 판단을 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옛 진로그룹사들은 대부분 지난해 2월 화의인가를 받았다.

지난 98년 5월 부도를 낸 라보라 등 옛 거평그룹사들도 99년 5월 회사정리
계획안 인가를 받아 경영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다.

(주)대농 등도 이미 회사정리계획안 인가를 받아 법원으로부터 회생가능한
회사로 판정받았다.

삼미특수강 한보철강 만도기계 등은 정리계획안에 따라 제3자매각을 추진,
최근 양해각서(MOU)나 본계약을 체결했다.

퇴출후보(재무상태를 기준으로 한 하위등급)로 분류된 S사는 98년 회생이
가능한 회사로 판정받았다.

N사는 작년 1월 27일 정리계획안 인가를 받아 옛 대주주를 경영에서 손떼게
하고 새 경영진을 선임해 경영정상화를 추진중이다.

법원이 다음달 1일 정리계획안 인가여부를 결정하는 H사의 경우 채권단이
금감원의 퇴출판정과 무관하게 회생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몇개 은행과 회계법인의 실무자를 중심으로 한 작업반
이 평가한 것을 채권단 전체의견으로 볼 수 없고 실제 그 평가결과를 아는
실무자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 허귀식 기자 window@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