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움직임에 따라 전세계 증권시장이 출렁거리는 소위 동조화
(synchronization)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구촌 증권 투자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지난 5일의 상황은 단적인
사례라 하겠다.

뉴욕 다우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급락했다는 소식이 전세계 증권시장을 동반
폭락으로 몰아갔고 우리나라에서도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대폭으로 하락하는
큰 혼란이 벌어졌다.

영국 프랑스 독일등 유럽 증시도 예외가 아니었고 아시아 주가 역시 모두
동일한 궤적을 그리면서 급락세를 보였다.

다행히 뉴욕 주가는 하루만에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한숨을 돌리는 듯한
양상이지만 한국과 홍콩 도쿄 등 아시아 지역 주가들은 연이틀째 충격파를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이다.

미국 증시의 움직임에 따라 세계 주가가 부침하는 양상은 기업 자금조달의
증권화 (securitization) 현상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던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나타난 현상이었으나 최근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90년대 들어 각국 금융시장이 폭넓게 개방되면서 미국 증시가 기침을
하면 다른 나라 증시는 독감에 걸린다고 할 정도까지 되고 말았다.

최근 1년여를 지속해온 세계 증시의 호황분위기만 해도 미국의 금융완화
정책에 힘입은 바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새해들어 세계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는 것도 그린스펀 의장의
4연임과 함께 미국의 금리 추이가 기조적인 상승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금리의 상승과 함께 세계 금융시장은 지난 2,3년 동안의 상대적인
금융완화기를 끝내고 긴축기로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해져 있다.

또 하나 지적할 점은 "나스닥 유럽" "나스닥 저팬" 등의 이름으로 증권시장
자체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급속히 통합되고 있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금융정보의 유통속도가 광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세계 증권시장의 동조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금융
약소국들의 자본시장과 경제기반이 외부충격에 의해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도
높아져 있다는 점이다.

주가가 크게 떨어진 지난 5,6일 원화의 가치 역시 크게 출렁거렸던 점은
자본시장의 주가등락과 일체화되어 나타나는 외환시장의 자금흐름이 초래할
부작용과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고도 하겠다.

그러나 비록 세계 증권시장의 동조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는 하더라도
내부의 준비태세에 따라서는 충격 정도가 분명 다르게 나타난다고 하겠다.

우리로서는 자본시장을 보다 두텁게 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가는 일에
더욱 속도를 붙여가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