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의 시작과 함께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정보화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새삼스런 얘기도 아니지만 "새 천년 새 희망"을 주제로 지난 3일 발표된
김대중 대통령의 신년사가 가속페달을 밟는 역할을 했다.

지식과 정보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인식하에 임기내에 우리나라를
"세계 10대 지식정보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밝혔다.

여러가지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정보화와 지식혁명을 새 천년, 그리고 21세기의 화두로 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토록 먼 시간이 아닌 10년 후만을 예측해 보더라도 그같은 상황
설정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디지털화와 지식기반 경제로의 변화에 뒤지면 삼류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은 이미 우리사회의 폭넓은 공감대로 자리잡은 셈이다.

그러나 그같은 인식과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정보화를 과연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

정보통신분야에 밝지못한 아날로그 세대로서는 의문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정보화의 궁극적인 목적부터가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생활혁명 기업혁명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해 보지만 자신은
없다.

다만 정보의 단순한 유통혁명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라는 확신은 선다.

따라서 초고속망을 확충하고, 컴퓨터가 많이 보급된다고 해서 정보화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컴퓨터를 일상생활에 접목시켜 자신의 생활과 업무에 있어서 편리성을
제고하고, 능률화를 이뤄나가는게 중요하다.

유통망에 담아 낼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기업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첨단정보를 재빨리 응용해 기술을 발전시킴
으로써 산업혁명을 이뤄내는 것이 진정한 정보화의 목표가 아닌가 싶다.

과연 지금 우리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터넷 열풍, 정보화 혁명은 그같은
목표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가.

단순히 정보망의 확충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유통되는 정보의
질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도 따져볼 일이다.

정보화 촉진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벤처기업의 발전과 지식기반
산업 확충을 앞당기는 효과도 있다.

특히 근래들어 주식시장에서 나타났던 벤처열풍이 정보통신업체들을
중심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아니라 하더라도 상당한
연관성이 없지 않다.

정보화를 재료로 한 벤처열풍,그리고 그에 따른 주가급등은 과연 적절한지도
의문중의 하나다.

제2의 빌 게이츠 회장을 꿈꾸는 젊은 벤처기업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한때 어느 벤처정보통신업체의 주식싯가총액이 내로라하는 중견 재벌기업
몇 개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미래를 보고 투자가 이뤄지는 주식시장, 특히 벤처기업 주식을 거래하는
코스닥시장에서 일어난 현상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자칫 신기술사업화 성공의 궁극적인 목표를 코스닥 등록을 통한 부의
획득, 다소 좋지않은 의미로 표현한다면 한탕주의를 조장할 우려는 없는지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5일에 이어 6일에도 주가가 연 이틀 큰 폭으로 떨어졌고, 특히 거품
논란이 일었던 정보통신업체들의 곤두박질이 심상치않았다.

그 이유를 냉정하게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당장은 시장불안의 충격이 적지않겠지만 거품제거를 통한 시장의 기반다지기
라고 본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인터넷 열풍은 어제 오늘의 일로 끝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행어처럼 돼있는 지식기반경제의 육성도 정보화와 무관치않다.

오해의 결과라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식경제는 생명공학이나 정보통신
영상산업등 유망 서비스산업의 육성정도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좀더 논리를 비약시킨다면 기계공업이나 섬유 음식료등 전통적인 제조업은
별 볼일이 없다는 식으로 해석될 우려가 없지않다.

그러나 지식기반경제를 "경제의 지식집약화를 통한 부가가치의 제고"로
이해한다면 특정산업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여기서의 지식집약화는 정보화를 통한 기술혁신, 또는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의미한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결국 정보화는 광의의 기술혁신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인터넷 혁명은 세계화시대에 동참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다.

추상적인 슬로건이나 비전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하루아침에 이뤄질 일도 아니다.

지불하는 비용도 막대하다.

일시적인 유행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새 천년 벽두에 들떠 있는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히고 정보혁명으로
일어날 갖가지 파장들을 세심하게 재점검하면서 구체화된 전략과 치밀한
프로그램으로 꾸준히 추진해야 할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