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혁명" 시대가 오고 있다.

혁명은 과거 유물에 대한 일소를 의미한다.

규모가 엄청날 수 밖에 없다.

직업이 바뀌면 직장(기업)도 변하게 된다.

변화의 속도도 눈부실 정도로 빠르다.

남들과 같이 하겠다고 생각하면 이미 늦다.

한국경제신문은 이런 변화의 흐름을 짚어보고 새천년의 유망직종을 알아보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21세기 직업혁명과 유망직종"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지식정보화 사회가 진전될수록 지식의 획득과 활용능력에
따라 개인 및 기업간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기업이나 국가나 유능한 인재를 어떻게 확보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흥망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좌담회 내용을 간추린다.

[ 참석자 ]

<> 이윤호 < LG경제연구원장 >
<> 김효근 <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
<> 송지태 < 노동부 능력개발심의관 >
<> 이금룡 < (주)옥션 사장 >
<> 강순희 <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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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희 실장(사회) =최근들어 그 폭과 방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사회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변화의 속도와 내용을 보면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꾸어놓을
만한 위력을 갖고 있는데요.

우선 앞으로 맞닥뜨리게될 변화의 내용과 방향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죠.

<>이윤호 원장 =디지털 경제와 지식기반경제로의 진입이 핵심입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의 확산은 소비자와 노동시장은 물론
비즈니스 모델을 총체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말이 일반 국민들 사이에가장 파워플한 싱글 단어가 되고 있는
것도 엄청난 영향력 때문이지요.

인터넷이 시공의 제약을 없애버렸기 때문에 사람들의 행태와 욕구도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국제화, 개인화 경향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습니다.

사실 인터넷을 축으로 한 정보통신의 발달은 그 속도가 워낙 빨라
예측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앞으로 어떤 폭발적인 영향을 끼칠지, 어떤 광풍이 몰아칠지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또 지식기반사회로 접어들면서 과거 전통적 생산요소인 토지 자본 노동의
중요성은 떨어지고 지식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결국엔 지식을 어떻게 얻고, 얼마나 가공.활용하느냐가 개인과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김효근 교수 =변화의 동인은 결국 지식입니다.

사실 지식의 발달사는 인류문명 발전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과거 농업 및 산업경제 시대에도 지식의 축적은 계속 이뤄져왔습니다.

초창기에는 지식이 도구에 주로 활용됐고 점차 작업 공정에 반영됐습니다.

그러다가 정보기술산업(IT)이 대두되면서 지식을 얻고 가공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이 아주 쉬워졌습니다.

디지털 경제가 지식의 힘을 더욱 강력하게 해주는 촉매작용을 했다고 할 수
있지요.

인터넷을 비롯한 IT의 발달은 인간의 욕구 구조까지 새롭게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한국경제가 앞으로 10년 정도는 이러한 변화들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송지태 심의관 =산업혁명 이후 기계와 정보.전자산업의 발전은 많은
공정을 자동화해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왔습니다.

기계화.자동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직업은 자동화된 기계를 보조하는 직접생산직,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새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분석직, 사람들에게 음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인 서비스직, 창조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문화.예술직 등으로
단순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사회 =노동시장도 변화의 무풍지대는 아닐 것입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강조되고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는 등 이미 변화의
조짐들은 벌써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습니다.

노동시장이 바뀜에 따라 직업관도 변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교수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는 명문 대학을 졸업해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을 최고로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봉급은 적더라도 여유가 많고 장기적인 전망이 밝은 중소및
벤처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직업 선택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교육분야에서도 과거 "한줄 세우기"에서 "여러줄 세우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고,잘 할 수 있는 한가지 분야를 골라 잘하면 인정받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커뮤니티 단위가 작아지면서 과거 농경시대와
비슷해진다는 점입니다.

농경시대에는 10~15명씩 모여 농사를 짓고 가축을 돌봤습니다.

IT의 발전으로 앞으로의 "워킹 커뮤니티"도 9~10명 단위의 프로패셔널
그룹이 주류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송 심의관 =자유로운 자기계발과 높은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는 분야에서
고기술.고숙련의 프리랜서가 많이 등장할 것입니다.

의사나 변호사 등 특정 자격증 하나가 평생 부와 명성을 보장하던 시절도
끝났습니다.

현재 잘 나가는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간에도 경쟁이 심화되면서 능력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이 원장 =과거엔 직업선택 기준이 소득, 명예, 안정성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기준이 소득, 재미, 발전가능성 등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컴퓨터활용능력과 영어구사력, 자기분야에 대한 전문지식 등 세가지
요소는 구인자들이 갖춰야할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습니다.

앞으로 이 세가지중 어느 한가지라도 부족하면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고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같은 직업내에서도 지식활용도와 부가가치 창출능력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봅니다.

<>사회 =지식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갈수록 사회적인 문제거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식의 속성상 처음에 가진 사람이 점점 더 많이 갖게 될수 밖에 없지요.

개인과 기업, 국가간에도 격차가 심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금룡 사장 =인터넷 등의 등장으로 정보에 대한 접근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방안에 앉아서도 좋은 물건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고 질 좋은 상품을 금방
구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죠.

그만큼 잘 나가는 상품과 그렇지 못한 상품간 격차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귀족 기업"과 "비귀족 기업"간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질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국가간에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특히 지금까진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흡수했지만 앞으로는 "빠른 기업"이
"느린 기업"을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스피드(speed) 경영" 시대가 온다는 얘기죠.

이에 따라 의사결정이 느리게 이뤄지는 조직이나 기업은 유능한 인재들을
다른 곳에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전자상거래나 IT분야도 따지고 보면 결국 스피드를 강조하는 것 아닙니까.

<>사회 =그렇다면 앞으로 직업 세계를 선도해갈 유망 직업은 무엇일까요.

<>송 심의관 =정보통신이나 첨단과학기술과 관련된 직종이 유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네트워크 분야의 발전이 눈부실 것으로 보입니다.

첨단과학을 이용한 우주산업이나 모든 산업발전의 기초가 되는 신소재
분야의 직업도 인기를 끌 것입니다.

또 문화.영상 보건.건강 금융.보험산업도 유망직종에 포함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 사장 =전자상거래 분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 전자상거래 전문인력 부족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관련 업체들이 앞다퉈 상시채용을 하고 있지만 인력난을 겪고 있는 정도라고
합니다.

앞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봅니다.

인력난을 우려할 정도라는 것은 그만큼 이 분야가 유망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특히 인터넷을 매개로 한 전자상거래가 분야는 여성인력이 진출하기 쉽기
때문에 여성들의 참여도 활발해질 것입니다.

이에 따라 고용시장에서 남녀간 성비 차이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

금융분야의 IT화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인터넷과 금융을 연결시킨 다양한 전문가가 등장할 것입니다.

<>이 원장 =서비스 분야도 유망직종에 빼놓을 수 없지요.

생활수준이 나아지면서 비즈니스와 관련된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대행해주는
대형업체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특히 IT 다음으로 사람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유망분야는
유전자조작이나 생명공학 등 바이오(Bio) 분야라고 봅니다.

이에 대비한 국가적 차원의 투자와 전문인력 육성도 필요할 것입니다.

<>김 교수 =최근 한 조사에서 건강.의료, IT관련산업, 교육산업, 레저오락,
경영전문가 등이 유망분야도 꼽혔습니다.

사회.문화적 변화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중 교육전문가의 경우 종래의 전통적인 교육가가 아니라 IT를 구사할 수
있는 전문가를 말합니다.

앞으로 몇년 지나지 않아 인터넷의 기초적인 지식과 기술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보편화될 것입니다.

때문에 누구나 구사할 수 있는 기초지식을 뛰어넘어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돼야 각광받게 될 것입니다.

경영분야의 경우 기업의 국제화.세계화 추세에 따라 다국적 환경에서
경험을 쌓은 경영전문가가 큰 인기를 끌 것입니다.

<>사회 =지난해 노동연구원에서 조사한 유망직종 3백선에서도 국제금융
컨설턴트와 e-비즈니스 전문가 등 국제화관련 전문가, 건강의료 분야, 환경.
생명분야, 경영.금융전문가 등이 유망한 직종으로 꼽혔습니다.

IT분야는 21세기에도 계속 유망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원장 =미국의 경우 IT분야 인력수요가 매년 1백% 이상 늘어나고
있습니다.

당분간 이 분야가 유망할 것으로 봅니다.

<>이 사장 =사실 IT분야는 언제 끝난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상상조차 못했던 동영상이나 인터넷 공짜전화 등이 등장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죠.

아직은 미미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CP(Contents Provider)와
IP(Information Provider)가 어떤 형태로든지 정착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금융전문가들과 일부 영어강사 등이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놓고
손쉽게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인터넷이나 PC통신의 발달로 이미 여건조성은 충분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학벌이나 명성은 쇠퇴하고 전문분야에서 지식을 쌓은 전문가들이
더욱 큰 인기를 끌게 될 것입니다.

<>사회 =능력과 전문성이 중시되는 사회일수록 각 경제주체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능력중심사회를 대대비한 각 경제주체들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김 교수 =지식정보화사회가 진전되더라도 강자와 약자간 지배종속관계는
유지될 것입니다.

사실 강자에 의한 약자 지배는 역사적인 법칙이 돼왔습니다.

방법과 모양에서 변화가 있을지는 몰라도 이같은 "정글 법칙" 자체는
21세기에도 그대로 유지될 것입니다.

따라서 개인이 좋은 직장에서 일하면서 자아실현을 하기 위해선 좋아하고
잘 할수 있는 분야를 고른 뒤 부단한 노력을 통해 전문가가 되는게
중요합니다.

<>이 원장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기존 근로자들에 대한 재교육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낙오된 인원들에게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교육시스템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체제로 바꾸어야 합니다.

사실 유능한 강사 1명만 있으면 인터넷 등을 통해 얼마든지 많은 인원에
대한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기업도 지식근로자를 어떻게 붙들어 놓느냐가 미래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은 기업이 개인을 선택하지만 앞으로는 능력있는 개인이 기업을 고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좋은 인력을 얼마나 많이 확보.유지하느냐가 관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개인도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특히 조직이나 인력개발전문가 등이 남이 개인을 관리해주는 때는
지났습니다 때문에 도태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자기관리를 확실히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송 심의관 =말 그대로 혁명적인 사회와 직업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도 지식기반사회에 부응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직업훈련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경쟁을 유도하고 민간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모든 훈련기관들에 동등한 기회를 주되 수요자가 훈련성과와 질에 대한
평가에 참여토록 할 것입니다.

21세기를 주도할 지식기반산업 위주의 고급훈련 과정을 개설, 정부 지원을
집중할 생각입니다.

<>사회 =긴 시간 동안 알차고 좋은 의견을 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리= 이건호 기자 leek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