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과제인 은행소유지분제한 철폐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강봉균 재정경제부장관은 지난 6일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전제하고, 금융기관이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하지
못하도록 하는 차단벽과 규율만 확립된다면 은행의 주인을 찾아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같은 강 장관의 발언은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는 생각할수 없다"는
지난 3일의 이헌재 금감위원장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는 은행의 주인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강 장관의 정책방향이 백번
옳다고 생각한다.

과거 우리 은행들의 부실화 원인이 책임경영 체제가 미흡했고, 그로 인한
관치금융의 전횡에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처방은 확실한 경영주체로 하여금 책임경영을 하도록 하되
정책당국의 엄격한 감독을 통해 편법 또는 불법금융행위를 철저히 봉쇄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소유지분 제한 철폐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은행이 대주주의 사금고로
전락할게 아니냐는 것이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사실 과거의 금융관행이 그같은 행태를 보여왔고, 앞으로도 그럴 개연성은
충분하다.

따라서 강 장관도 언급했지만 대주주의 사금고화를 막을수 있는 차단벽을
만들고, 편중 과다대출등을 근절할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면 은행소유를
제한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본다.

당면한 금융구조조정의 조속한 마무리를 위해서도 은행의 주인을 찾아주는
것은 절대 필요하다.

IMF사태이후 국유화된 시중은행들은 될수록 빠른 시일내에 민영화해야만
한다.

그런데 순수 금융자본 형성이 미흡한 우리 현실에서 산업자본을 배제한다면
누가 살 것이며, 지분제한이 계속된다면 민영화 이후 경영주체는 누가 될 것
인가.

마땅한 임자는 외국인밖에 없다고 볼 때 주요 금융기관들을 외국인 수중으로
넘겨주는게 바람직한지는 신중히 따져볼 문제다.

설령 내국인들이 참여한다 하더라도 주인없는 민영화가 이뤄진다면 경영권은
여전히 정부의 영향력하에 놓이게 될 것이고, 이는 관치를 연장하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따라서 은행주인 찾아주기를 주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게 우리 생각이다.

물론 사안이 중대한 만큼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 신중히 결정해야할 문제다.

다만 이번처럼 정부내에서 재경부와 금융감독원이 이견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될수록 빠른 시일내에 관계부처간 의견조율을 거쳐 분명한 정부입장을
제시해주기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