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갱과 삶은계란 찐밤.

요즘 아이들은 잘 거들떠보지 않지만 중년층 이상이 어렸을 적엔 소풍때나
먹을 수 있던 것들이었다.

막걸리로 부풀려 구멍이 숭숭 뚫리고 혀끝에 술맛이 느껴지는 증편
(바람떡) ,햇된장에 찹쌀가루나 밀가루 풋고추 파등을 넣어 만든 장떡,
수수부꾸미 또한 무슨 날이라도 돼야 맛볼 수 있는 별식이었다.

케이크와 피자 햄버거에 밀려 사라진 듯하던 옛먹거리가 되살아나는
것은 흥미롭다.

막걸리로 발효시킨 안흥찐빵이 선풍을 일으키더니 지난 연말부터는
빵껍질이 얇고 팥이 많은 경주빵이 화제다.

한동안 별볼일 없던 샌드가 잘 팔리는가 하면 젊은층 사이에선 옥수수가루
호떡이 인기다.

안흥찐빵은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안흥찐빵집이 TV에 소개되면서 알려졌다.

찾는 사람이 줄을 서자 마을전체가 찐빵마을이 되고 체인점 또한 늘어났다.

급기야 지난해말엔 서비스표 등록을 둘렀고 분쟁이 발생했을 정도다.

경주빵은 경주특산물로 유명한 황남빵 가게 기술자들이 독립해 대구와
서울의 백화점을 중심으로 공급하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샌드는 1961년부터 판매돼 70년대초 절정을 이뤘으나 최근엔 시들해졌던
과자인데 복고풍 드라마 ''국희'' 방영에 힘입어 인기를 되찾았다.

옛날먹거리가 이처럼 호응을 얻는 것은 IMF사태를 계기로 춥고 배고프던
시절에 먹던 소박한 맛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난 까닭이라고들 한다.

앞으로만 치닫던 사람들이 갑작스런 경제난을 계기로 뒤를 돌아보면서
옛것에 대한 향수를 갖게된 탓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지방자치제로 인한 지역의 특산물 띄우기 노력이 한몫 단단히
한다는 해석도 있다.

입맛이 변한 탓일까.

옛식품이라곤 해도 실제로 먹어보면 예전처럼 맛있는 것같지는 않다.

그런데도 많은사람들이 모양과 맛 모두 어딘가 촌스러운 빵과 샌드를 찾는
건 무시무시한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진득하니 남아있는 옛것을 그리워하는
탓인 듯하다.

옛먹거리를 만드는 이들이 꼭 기억해야 할 것도 이 대목이 아닐까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