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마흔살 생일파티가 꽤 거창하다.

팔십을 종착역으로 봤을 때 내리막길로 꺾어진다는 의미에서다.

내 개인적으로는 투자클리닉 원장을 맡아 동분서주하기 시작한 때가 종착역
이었다.

막 내리막길로 꺾인 최근에는 아예 환자신세가 됐다.

어금니가 아파서 치과에 갔더니 엉터리 양치질이 원인이란다.

이대로 가면 조만간 잇몸 전체가 망가질 수도 있단다.

성공투자를 위해 올바른 투자습관이 어쩌고저쩌고 떠들던 사람이 양치습관이
잘못된 줄은 40년 동안이나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앞으로 어떡하면 되겠냐는 질문에 의사선생님의 대답은 간단하다.

"양치질을 새로 배우세요"

정녕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인지 남녀노소 수천명 주식환자(?)의 그릇된
투자습관을 고쳐줬네 하던 내가 이번에는 갓 스물 간호사언니한테 양치질을
배운다.

칫솔은 이렇게 잡고, 힘은 요정도로 주고, 윗니는 이렇게, 아랫니는 요렇게
..

불치하문이라고 했다.

모르면 누구에게라도 배우는 게 맞다.

우리 환자중에도 나이드신 분들이 많지만 억제할 수 없는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박수를 치며 기뻐하기도 한다.

주식시장의 쓴 맛을 남들보다 많이 본 만큼 실패에 대한 뉘우침과 성공을
향한 깨우침 또한 남보다 크기 때문일 것이다.

주식은 옛날 방식으로는 승산이 없다.

20년간 지수가 열배 올랐어도 번 사람이 얼마 없는 것은 다 잘못배웠기
때문이다.

앞으로 10,000포인트까지 또 열 배가 오른다 해도 돈 갖다 바치기는
마찬가지다.

칫솔질을 배우듯이 주식투자도 새로 배우고 올바른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만이 깡통을 면하는 길이다.

말은 쉬워도 실행은 쉽지않다.

하지만 몇가지 습관이 일단 몸에 배면 그때부터는 인생이 달라진다.

첫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산투자다.

소위 몰빵을 지르며 이종목 저종목 옮겨 다니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열번 잘 찍다가도 한번 삐걱하는 그 순간에 망해 버리기 때문이다.

깡통찬 사람 치고 조금씩 여러번 잃은 사람은 없다.

모두 카운터펀치 한방에 가는 것이다.

최소한 다섯 종목 이상은 가지도록 하자.

둘째로 잘 오른 종목에 붙는 것이다.

양극화현상이 해소될지 심화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빌빌하던 놈이 올라가든, 잘 가던 놈이 더 가든 좌우지간 지켜보고 있다가
오르는 놈을 잡아야 한다.

"과감한 추격매수"가 아니다.

죽고사는 일도 아닌 것 가지고 무슨 과감한 결정을 내린단 말인가.

그저 자연스럽게, 아주 습관적으로, 잘 오른다니까 조금 따라붙어 보는
것밖에 없다.

아니다 싶으면 도망쳐 나오면 되니까.

셋째로 손절매를 잘하는 것이다.

하지만 엉겁결에 놀라서 집어던지는 "과감한 손절매"가 아니라 미리 계획된
"자연스러운 손절매"라야 한다.

살 때 미리 잃을 것을 준비했다가 때가 오면 가볍게 버리면 된다.

"아 역시 어려운 게임이군. 사람들이 역시 나보단 똑똑하군" 하며 크게
당하기 전에 일찌감치 항복을 선언하는 것이다.

마치 밥숟가락을 들면 입이 저절로 벌어지는 것만큼 손절매를 본능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평소에 적은 돈을 가지고 "돈 잃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렵지만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이 벌 때 기다리는 습관이다.

인간은 잃을 때보다 벌고 있을 때 더 안달하게끔 그렇게 조물주가 만들어
놓았다.

어디가 고점인가...

지금 팔까 동시호가에 팔까...

고민한다.

그래가지고는 장기적으로 큰 돈을 못번다.

없던 돈이려니 하며 잊어버려야 한다.

고점에서 상당부분은 시장에 되돌려주리라 생각하고 기다리다 보면 한번씩
대어가 낚인다.

그래서 주식은 티끌 모아 태산 만드는 것이 아니고 티끌 주고 태산을
받아오는 것이다.

새로 배운 양치질이 아직은 서투르다.

옛날처럼 화끈하게 좌우로 열댓번 확확 문질러버리면 속이 시원할 것 같다.

하지만 이빨 다 뽑혀 깡통차지 않으려면 달리 방법이 없다니 답답하더라도
하는 수 없다.

주식도 원칙대로 안하면 대안이 없다.

새해에는 올바른 습관을 붙이자.

< 현대증권 투자클리닉센터 원장 / 한경머니 자문위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