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경제 교육부총리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정책 추진과정에서의 혼선을 줄이고 지식정보화 사회에 대비한 인력개발
기능을 보강하겠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경제부총리 부활문제는 그동안 꾸준한 논의가 있어 왔으나 교육부총리
신설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김 대통령이 밝힌 부총리제 신설방침에 대해 시민단체 등에서는 작은 정부에
배치되고 관치경제 회귀를 우려하여 반대하고 있다.

야당도 같은 입장이어서 정부조직법 개정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논란을 빚고 있는 부총리제 신설문제에 대한 토론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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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연천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이필상 < 고려대 경영대학장 > ]

-현정부들어 2번이나 정부조직을 개편했는데 또다시 정부조직을 개편하겠다
는 것은 지난번 정부조직 개편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도 되는데.

<>이필상 교수 =기능과 권한을 대폭 분권화하고 이에 입각해 작고 효율적인
봉사체제로 정부를 개편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특히 경제분야에서는 재경원을 해체하고 이를 단순히 재경부 금감위
기획예산처로 나눠 놓은 것에 불과했다.

이래서 부처간 힘의 갈등이 생겨 정책혼선으로 나타났다.

내무부와 총무처를 합친 행자부도 지방정부로 권한이양은 없이 단순히
통합하는데 그쳤다.

<>오연천 교수 =2차례에 걸쳐 이뤄진 정부조직개편은 과거 정권에서 문제가
된 부분을 수술하기 위한 네가티브한 접근방식이었다.

과거의 문제점을 제거하는데 촛점을 맞추다보니 미래지향적인 고려가
부족했다.

특별한 원칙도 없이 어떤 부처는 나눠 놓고 어떤 부처는 통합하고 하는
식이었다.

통합과 분산이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이뤄지지 않아 운영상 문제점이 노정된
것이다.

-경제 부총리를 부활하고 교육부총리를 신설하겠다는 배경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그동안 정책 추진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나.

<>오 교수 =경제 부총리를 폐지한 결과 의사결정의 책임있는 주체가
누군지가 모호해졌다.

예를 들어 구조조정 추진과정에서 금융기관 구조조정, 공적자금 투입,
대우사태 처리 등에 있어 권한이 재경부, 예산처, 금감위로 나뉘어져 각
장관들이 수평적인 입장에서 정책을 추진해 혼선이 생겼다.

아직도 정부가 일정부분 민간을 리드할 필요가 있는 현실에서 경제부총리
부활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교육부총리 신설은 그 배경을 이해하기 어렵다.

어느 분야가 중요하다고 해서 부총리로 격상하는 것은 문제다.

통일문제가 중요하다고 통일부총리를 신설해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교수 =부총리제 신설 배경은 경제정책의 혼선이 심각했기 때문으로
본다.

오전에 어느 부처가 발표한 정책이 오후에 다른 부처에 의해 번복되는 등의
정책혼선이 있어 왔다.

심지어 각 부처가 산하기관 편들기 현상도 있었다.

예를 들어 대우채 손실분담 문제와 관련해서 재경부는 증권사 편을 들고
금감위는 투신사 편을 드는 일도 있었다.

재벌의 금융기관 소유 허용과 관련한 재경부 금감위간의 혼선도 그중
하나다.

이렇기 때문에 부총리제를 부활하자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접근방식이 잘못됐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은 정책혼선이 아니라 힘의 갈등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힘을 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경제 교육 부총리와 여성부를 신설하는 것은 작은 정부와 배치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오 교수 =부총리제 신설문제를 작은 정부와 배치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해서
는 안된다.

정부의 권한 측면에서 작은 정부 여부를 따져야 한다.

부총리제를 정부와 시장 국민간 관계에서 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

정부내 각 부처간 관계에서 내부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봐야 한다.

<>이 교수 =정부에서는 예산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권한을 새로 신설하자
는 것도 아니라고하나 장관에서 부총리로 격상될 경우 그것은 당연히 큰 정부
로 가는 것이다.

부총리가 조정이라는 미명하에 시장에 개입하게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여성부 신설의 경우 큰 정부와 직결된다.

-현정부 출범시 마치 경제부총리제가 IMF 경제위기를 불러온 주범인양
충분한 논의도 없이 이를 폐지했다.

경제 부총리 폐지전후의 상황을 비교 평가해 볼 때 경제부총리제의 장단점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오 교수 =경제 부총리제는 과거 경제발전 과정에서 큰 기여를 한 제도다.

전체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을 하는 균형적인 시각을
가진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처간 파워경쟁이라는 측면에서 운영되었을 때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았다.

<>이 교수 =과거 부총리제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지금 시점에서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여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총괄적인 경제기획을 하고 추진하는 시대는 지났다.

민간의 창의성이 중요하다.

관료들의 사고로 지배 통제 기획한다는 구도 자체가 개방 경제시대에는
안맞다.

최소한 시장경제 발전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

-만일 경제 부총리를 신설할 경우 바람직한 경제 부총리의 역할은 무엇이라
보나.

<>이 교수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는 역할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반 시장적인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규율을 확립하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과거 같이 과도한 권한을 가지고 기획 조정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

<>오 교수 =과거 부총리의 역할을 시어머니 역할이라고 한다면 앞으로는
맏며느리 역할로 바꿔야 한다.

각 부처의 일에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하기 보다는 정책목표간 우선 순위를
조정하고 내부 갈등을 조정하는 균형자 역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경제총수란 말도 없애야 한다.

-경제 부총리 신설시 관치경제 회귀 및 권한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 교수 =경제 부총리에게 경제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맡긴다는 것은
예산 금융 조세 등 경제3권에 대한 권한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관치경제로 회귀하게 되고 비리 유발적인 경제구조가 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권한을 대폭 줄이고 대통령이 최종 조정책임을 지도록 해야한다.

<>오 교수 =시민단체 등 감시자들이 많아지고 있고 상황이 변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관치경제 회귀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부총리에 의한 권한 독점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경제 부총리가 조정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예산기능
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오 교수 =예산기능을 경제정책 조정기능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산기능도 정부의 중요한 독립기능 중의 하나다.

사회 국방 외교 등 모든 정부기능과 관련된다.

이것을 부총리가 장악하면 문제다.

따라서 예산은 부총리와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예산기능을 다루는 부처가 필요하다.

<>이 교수 =예산기능이 부총리와 분리돼야 한다는데 대해 동감이다.

부총리가 예산권을 가지면 전 부처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게 된다.

이는 분권화와 상충된다.

-교육부총리제 신설은 다소 의외로 받아 들이는 시각도 있다.

교육 부총리 신설이 교육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나.

<>이 교수 =중앙 집권적 교육부의 권한 강화는 결코 교육발전에 도움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교육부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교육기관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교육부가 없으면 교육이 더 잘될 것이라는 우스개소리도 있지 않은가.

<>오 교수 =인력개발 부문을 종합조정하기 위해 교육 부총리를 신설한다고
하는데 무엇을 종합하고 조정할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정책조정이 안돼 교육개혁이 안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교육개혁위원회 같은 기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정리=김준현 기자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