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와 경유 등에 붙는 세금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재정경제부의 에너지
세제 개편방침은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한편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구조
를 저소비 구조로 바로잡을 수 있는 올바른 정책이다.

그동안 왜곡된 세금이 에너지 가격을 뒤틀어 놓은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개편시기가 너무 늦었다고 할 수 있다.

교통세와 특별소비세로 나뉘어진 에너지 세제는 지난 95년부터 종량세로
바뀌었지만 종가세 시절의 불합리함은 개선된 것이 하나도 없다.

l당 세액을 보면 휘발유의 경우 6백30원, 경유 1백55원, 등유 60원, LPG
23원, LNG 18원 등이다.

원유를 가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연산품들이라 원가에 별 차이가 없는
석유제품에 대한 이런 차별적 세금이 소비자가격을 왜곡시켜왔다.

낮은 세금의 명분은 등유의 경우 서민생활 보호, 벙커C유나 경유는 산업의
경쟁력 유지라는 것이지만 실은 한결같이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불합리한 세제는 소비의 왜곡을 초래, 낭비를 조장함으로써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임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석유소비 증가율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91~97년 우리의 석유소비 증가율은 연 11.4%로 경제협력기구(OECD) 선진국의
평균 증가율 1.5%의 8배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대한 에너지 소비증가율을 말하는 에너지탄성치도
80년대 1에서 90년대 들어 1.47로 오히려 높아졌다.

기업들이 쓰는 벙커C유와 경유의 값이 너무 싸 절약할 유인이 거의 없는
탓이다.

싼 에너지 값은 대기오염도 가중시킨다.

1천40만대의 국내 차량 중 경유 차량의 비중은 30%가 채 안 되지만 오염물질
배출량으로는 64%를 차지한다.

차량 수에서 68%를 차지하는 휘발유차의 배출량 28%의 두배가 넘는다.

발전 연료로 쓰이는 벙커C유도 마찬가지로 공해가 많지만 산업용 연료라는
명분으로 특소세나 교통세를 전혀 물리지 않는다.

정부가 세제혜택을 주어 대기오염을 촉진시키는 셈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가짜 휘발유가 끊이지 않는 것도 들키지만 않으면 높은 세금이 폭리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대부분 개방된 마당에 에너지 가격의 왜곡을 더 이상 방치
해서는 안 된다.

계속 놔두면 국내에서 생산된 휘발유는 남아돌아 수출하고 경유는 모자라
수입하는 기이한 사태가 올 것이다.

세금인상으로 타격을 입게 될 버스업계나 중소기업은 늘어나는 세수로
지원하는 방안을 따로 마련하면 반발도 무마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만은 국내 에너지 가격체계를 반드시 국제적 기준과 맞춰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