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혁명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면서 미국 지식인들 사이에 논란거리가
하나 생겼다.

인터넷 파워의 미국 일극화를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논의다.

실제로 세계의 인터넷 비즈니스는 미국 기업들이 싹쓸이 하고 있다 할
정도로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

최근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인터넷 비즈니스로 창출되는 이익의
85%를 미국 기업들이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인터넷 관련 기업들의 주식 싯가총액 가운데 미국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5%에 이른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인터넷 시장을 이루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이같은
수치는 지나치게 높은 편이다.

현재 세계의 인터넷 사용 인구 가운데 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도
못미친다.

인터넷이 앞으로 세계의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까지 혁명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독점 현상은 간단히
보아 넘길 일이 아님이 분명하다.

벌써부터 유럽 국가들은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팝송과 할리우드 영화 등으로 대변됐던 미국의 소프트 파워가 인터넷
분야에서 절정을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다른 선진국, 나아가 후발 개도국들 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한층 심화될 것이란 우려다.

미국 지식인들이 이런 논의 끝에 따라붙이는 얘기가 한가지 있다.

미국이 세계 유일의 인터넷 슈퍼 파워가 된 것은 무슨 계략에 의해서가
아니라,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쏟아져 들어온 이민 파워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인터넷의 대명사가 된 월드 와이드 웹 (www) 을 발명한 사람은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의 팀 버너스리였다.

그는 스위스 제네바 근교의 물리 실험소에서 www 를 창안해냈다.

인터넷 웹 브라우저의 대명사로 통하는 넷스케이프도 유럽 출신의 마르크
안드리센에 의해 탄생했다.

그러나 이들 유럽인은 미국에 둥지를 틀었다.

인터넷과 같은 두뇌 집약적 비즈니스를 하기에는 미국만한 곳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미국은 벤처 캐피털 등 풍부한 사업 자금줄에서부터 긴밀한 산학협동
시스템, 유연한 노동시장, 규제가 최소화돼 있는 사업장 등 인터넷 벤처
기업을 위한 최적의 토양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헤게모니의 미국 일극화는 분명히 우려스런 상황이지만, 왜
미국으로만 복이 굴러 들어가는지 한번쯤 곰곰 짚어볼 일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