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상대로, 혹은 인터넷을 통해 누군지도 모를 상대방과 짜릿한
운우지정의 감각만을 공유하는 사이버 섹스.

임신과 출산이라는 굴레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고 즐거움 그 자체를 추구
하며 스포츠나 예술로 승화되는 섹스.

모든 것을 내 뜻대로, 인간으로서는 절대 불가능할 완벽한 만족을 제공해줄
수 있는 로봇파트너와의 "섹스 온 디맨드(Sex On Demand)".

다른 모든 인류문화의 영역에서 처럼 미래의 섹스는 다양한 방향으로
끊임없이 발전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컴퓨터와 의학의 발달, 사회가치관과 제도의 변화, 전자.기계 기술의
향상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섹스파트너를 바라마지 않는 인간의 욕심을 채우려는 다음
시도는 무엇일까.

아마도 생명공학이 아닐까 싶다.

몇년전 복제 양 ''돌리''는 SF(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인간복제
문제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다.

덕분에 이러쿵저러쿵 많은 말들이 난무했다.

여론이 들끓자 인간개체 복제에 대한 연구나 발표는 수그러드는 대신 장기
복제 사례와 비전이 차례로 제시됐다.

환자들의 희망에서부터 법률적인 문제, 종교적인 차원까지 복제에 관한
여러가지 촌평이 내외신 보도를 장식하는 가운데 복제를 비롯한 제반 생명
공학을 다루는 회사들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양상이야 어떻든 생명공학의 발전은 컴퓨터의 발전과 같은 속도로 달려
나갈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한 분야에서의 신기술 개발이 인류문명의 다양한 측면에 고루
물결을 전달하리라는 것 또한 역사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다만 생명공학이라는 장르는 다른 과학보다 첨예한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생명공학이 섹스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발군의 상상력으로
보여준 외국 작가의 두 작품을 참고할만하다.

먼저 빌 프론지니와 배리 N 말즈버그가 쓴 작품 "클론마저도"가 있다.

이 작품에서는 본인의 세포로 이성복제까지 해주는 클론회사가 등장한다.

남자의 XY 염색체중 X 염색체만 두번 복제해 여자(XX)를 만들어 내고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기업도 설립된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팻 머피의 "채소마누라".

황당하기로는 이성복제를 능가한다.

인간 여자와 똑같은 생김새로 자라는 것은 물론 움직고 섹스도 할 수 있는
유전공학적 산물인 식물 씨앗을 사다가 키운다는 상상이 담겨 있다.

20세기 인간의 가치관으로는 일견 오싹한 느낌이 들 수도 있는 상상이다.

하지만 농부가 곡식과 백신을 함께 재배하는 유전공학 기술자로 변신
하리라는 것이 세계미래학회의 21세기 10대 변화 전망중 하나인 것을 보면
반드시 불가능하다고만은 볼 수도 없지 않을까.

< 준남성크리닉원장 jun@snec.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