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플레이하는 것은 골프에서 떼낼수 없는 속성인가"

적어도 미국PGA는 그렇게 정의해왔다.

미PGA는 이를 전제로 지난해 장애인 프로골퍼 케이시 마틴이 카트를 타고
플레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카트승차를 허용하면 걸어가면서 플레이하는 골프의
특징이 훼손될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 미PGA가 공식대회에서 선수들에게 카트승차를 권유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것도 홀과 홀사이가 아니라, 특정홀 내에서 이동할때 카트승차를
허용했다.

메르세데스챔피언십이 열린 하와이 플랜테이션CC 4번홀.

이 코스는 산을 깎아 만들었기 때문에 한국골프장처럼 기복이 심하다.

4번홀은 길이가 3백82야드인 파4홀로 티잉그라운드에서 티샷 낙하지점을
볼수 없다.

페어웨이의 고도가 티보다 약 15m 높기 때문.

티잉그라운드에서 낙하지점까지는 2백야드 정도되는 오르막 구조다.

미PGA는 이 홀에서 선수들이 티샷한후 이동할때 카트를 탈수 있도록 했다.

경기위원장 헨리 휴이스는 "비정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플레이속도를
생각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미PGA투어 가운데 존디어클래식 텍사스오픈 컴팩클래식 등 일부대회때
선수들에게 카트를 제공하지만 모두 홀과 홀사이를 이동하는 경우다.

"인플레이 상태"에서 카트를 제공한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든 일.

자연히 일부 선수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데이비드 듀발은 "걷는 것은 골프의 속성인데 인플레이상태에서 카트를
타라니 이상하다"고 말했다.

타이거 우즈도 "걸으면서 플레이하는 것은 골프의 속성이다"며 간접적으로
미PGA의 처사를 비난했다.

미PGA의 조치에 수긍하는 선수도 있다.

팀 헤론은 "걸을수도 있지만 4번홀은 너무 심한 오르막구조다"며 "모든
선수들에게 똑같은 조건이면 카트승차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보기드문 선례를 남긴 미PGA가 올해 투어에 데뷔하는 마틴에 대해 계속
카트승차를 거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김경수자 ksm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