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있는 팔리세이즈 센터몰.

매장 규모만 10만평이 넘는 초대형 쇼핑몰이다.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회사들이 제품경쟁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이곳에 지난해 10월 한국의 모닝글로리(대표 황귀선)가 점포를 냈다.

지난 98년초 부도를 내고 화의 인가를 받은 모닝글로리가 해외에서 재기의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 회사는 뉴욕점포 개설을 계기로 외국 시장개척에 박차를 가해 현재
1백20개인 해외숍을 2003년까지 3백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 2~3년동안은 문구업계엔 "최악의 시간"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로 중견 문구업체들이 줄줄이 넘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한국 문구산업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컴퓨터와 정보통신의 발달로 종이나 볼펜 등 재래 문구시장이 위축되던
터여서 충격은 더 컸다.

그런 문구업계가 경기회복과 더불어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그것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좁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세계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에 총력 =이달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세계 최대의 문구전시회가
열린다.

참여업체를 모집했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홍역을 치뤘다.

신청업체들이 폭주했기 때문.

탈락업체들이 거센 항의를 한 것은 물론이다.

"문구업체들이 해외박람회 참가에 그렇게 열성인 줄은 몰랐다"는 게
KOTRA관계자의 실토다.

문구공업협동조합 김수철 상무는 "문구업체들은 지금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국내 최대의 문구업체인 모나미(대표 송하경)는 올 매출 목표
1천3백억원중 약35%인 4백50억원을 수출에서 달성할 계획이다.

<>생산기지도 이전 =아예 생산공장 자체를 외국으로 옮기는 기업이 늘고
있다.

모나미가 1989년 태국에 현지공장을 세운 것을 비롯해 많은 문구회사들이
해외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스테이플을 만드는 피스코리아(대표 신중규)는 미국 시카고의 문구공장을
인수했으며 멕시코에도 생산기지를 갖고 있다.

앨범 회사인 진성상역(대표 최흥용)과 은진물산(대표 홍순호) 산수실업
(대표김동) 등도 외국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다.

선진국에 대한 진출은 무역장벽 돌파용으로, 개도국에 대한 생산기지
이전은 가격경쟁력 강화용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문구업계 관계자는 "필기구와 화구류 업체 하나씩이 중국으로 생산공장을
조만간 옮길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업다각화 추진 =점점 줄어드는 문구영역에 대응해 관련 사업으로의
다각화도 활발하다.

문구업체들이 비교적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캐릭터.

모닝글로리의 경우 캐릭터 라이센스 사업에 본격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황귀선 대표는 "그동안 문구 디자인용으로 자체 개발한 고유 캐릭터가
1백여개에 달한다"며 "이들 캐릭터를 원하는 기업들에 라이센스로 빌려주는
사업을 주력 분야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나미는 정보통신 관련사업으로 나갈 계획이다.

이미 경찰청 휴대용 조회기 시스템과 지방세 체납조회단말기 시스템 등을
개발했다.

허천회 마케팅 팀장은 "올해 정보통신기기 분야의 매출은 작년에 비해
2백50%이상 신장될 것"이라며 "이 부분에 투자를 계속 늘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차병석 기자 chab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