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떨어져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응용을 염두에 두지 않는 연구풍토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
이다.
쓰쿠바에 있는 통산성 산하 기계기술연구소의 사례가 그것을 말해 준다.
이 연구소는 6년전 두발로 보행하는 로봇을 만들었다.
이 로봇은 하체만 있고 컴퓨터의 자가메모리에 의해 작동된다.
컴퓨터에서 명령을 내리면 일정한 보폭을 유지하며 걸어간다.
후진도 한다.
앞에 계단이 놓이면 미리 입력된 계단 높이를 인식해 걸어 올라간다.
당시 휴먼로봇 분야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성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 로봇개발을 맡았던 아라이 박사는 "지난 1997년 혼다로봇이
발표되는 것을 보고 쇼크를 받았다. 연구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실제 사람모습을 하고 컴퓨터의 원격제어 없이도 스스로 걸어가 악수까지
하는 혼다로봇과는 비교조차 안됐기 때문.
그 이후 기계기술연구소 로봇개발팀은 새로운 과제를 진행중이지만 이미
한참 앞서가 있는 혼다를 따라잡기는 요원한 상태다.
이는 기초연구만 끝내 놓고 응용할 생각을 하지 않은채 몇년째 제자리만
유지해온 기계기술연구소의 당연한 결과였다.
도쿄대 나카무라 교수는 "기초연구에 앞서 있는 대학도 항상 기업과 경쟁
의식을 갖고 제품화에 관심을 가진다"며 "정부 연구소는 이미 우리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