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소녀기사가 세계여자바둑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출전선수중 최연소인 조혜연은 11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1회 흥창배
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중국의 강호 펑윈9단을 꺾고 4강에
진출했다.

흑을 쥔 조혜연은 이날 펑윈 9단을 맞아 2백79수만에 1집반승을 거뒀다.

조는 초반부터 공세를 펼쳐 상대를 몰아붙인뒤 막판까지 우세를 지켜
승리했다.

펑윈9단은 흥창배의 전신인 보해컵세계대회에 3차례나 결승에 올라 한번
우승한 강호.

지난해 권효진에게 일격을 맞은데 이어 조혜연에게도 참패했다.

한국기원 객원기사인 루이나이웨이 9단은 중국의 리춘화 4단에게 신승을
거뒀다.

"백전노장" 루이 9단은 중국의 1인자 리 4단에게 3백24수만에 백 1집반을
이겼다.

루이9단은 리 4단과의 전투에서 수세에 몰리며 패색이 짙었으나 막판 분발로
역전승을 일궜다.

그러나 흑을 쥔 이지현2단은 오카다 유미코4단에게 2백79수만에 아깝게
1집반을 졌다.

중국의 화쉐밍7단은 고야마 테루미5단에게 예상대로 낙승했다.

초반부터 밀어붙인 끝에 1백39수만에 흑불계승을 거뒀다.

한국경제신문사와 바둑TV가 공동 주최하고 흥창이 후원한 이번대회
준결승에는 한국 2명과 중국 1명, 일본 1명이 올랐다.

이날 대국에 참가한 기사들은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는 바람에 모두 초읽기에
몰렸다.

흥창배 4강전은 13일 한국기원에서 열린다.

<>. 조혜연은 집계산을 잘못해 이긴 경기를 질 뻔했다.

조는 흥분한 나머지 계가과정에서 펑윈집에 둬야 할 돌로 자기집을 메우는
바람에 반집패한 것.

윤기현9단이 즉각 이의를 제기, 두 기사는 복기를 해 점수를 바로 잡았다.

기보를 적는 경기에선 한 기사가 다음 경기를 하기전까지 이의를 제기하면
재심할 수 있다.

<>. 스폰서인 흥창 손정수 대표이사가 대국장에 들러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오랫동안 대국을 지켜봤다.

강 1급실력의 손대표는 국내외 여자바둑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이번 대회
를 창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대표는 그동안 직원과 거래처고객들이 참가한 사내바둑대회를 여는 등
바둑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 펑윈은 대회시작전 캠코더로 대국장을 찍은 뒤 동료 리춘화와 오카다
유미코 등과 기념촬영해 눈길을 끌었다.

펑윈은 대국전에 남편, 아기와 함께 제주도 관광을 즐겼다.

이번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가족을 돌려보내고 홀로 제주에서 서울로
날아왔다.

< 유재혁 기자 yooj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