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벤처업계의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남성의 각축장이던 비즈니스 세계에 파워우먼이 속속 등장,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아마조네스 군단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해외에서는 이미 상당수 여성이 남성을 제치고 비즈니스계의 최정상에
올라서고 있다.

휴렛팩커드 회장인 칼리 피오리나(46)를 비롯, 인터넷 경매기업인 이베이
(eBAY)의 창업자 겸 CEO 맥 휘트먼(44), 인터넷 서점 아마존(Amazon)의 수석
재무전략가 조이 코베이(37), 온라인 증권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찰스
슈왑의 부회장 다운 레포(46), 아메리칸 온라인(AOL)의 마케팅 담당 사장
잔 브랜트(49)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인터넷 사업으로 한순간에 수십억원대의 자산가가 된 여성 기업인이
탄생했다.

여성 벤처신화는 대학생으로부터 중년 주부에 이르기까지 창업 불길을
맹렬하게 지피고 있다.

<> 여대생 벤처가 뜬다 =이화여대에 있는 "인터카드넷"(www.cardkorea.com).

이대 전자공학과의 단짝 친구인 김경진(24) 박지영(24)씨가 만든 이 회사는
새 천년에 성공의 날개를 달았다.

작은 발상에서 시작한 한글 전자카드 서비스가 사업화에 성공한 것.

대박 가능성을 인정한 무한기술투자로부터 1천만원의 투자자금을 받아 최근
법인으로 재출발했다.

중기청으로부터 정식 벤처기업인증도 받았다.

인터카드넷은 카드의 글자를 그림(gif) 파일로 만들어 보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글을 볼 수 없는 컴퓨터에 별도의 프로그램을 깔지 않아도 인터넷에서
한글로 쓴 카드를 읽을 수 있게 한 것.

N세대다운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이 회사의 웹사이트는 개설 1년여만에 회원
수 15만명을 넘어섰다.

이대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한 인디(독립)문화 벤처기업인 "Z-존 인터미디어"
(대표 이세리.28)의 성장도 눈부시다.

이 사장은 이대 정보디자인 대학원에 재학중이다.

인디밴드 "닥터코어 911"의 음반을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제작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말엔 1억원의 엔젤자금을 끌어들여 서울 노고산동에 연구개발실을
따로 마련했다.

또 인터넷 번역 전문기업 프로랭스가 만들고 있는 사이버 영어학원
"잉글리시웨이브"(www.englishwave.co,kr)에 인터넷 인디방송국도 설립하고
있다.

이밖에도 숙명여대 서울여대 한양여대 동덕여대 등의 창업지원센터와
벤처동아리엔 많은 여대생들이 벤처의 꿈을 키워 가고 있다.

<> 커리어 우먼들이 이루어낸 성공 벤처 =도도가구의 길준경(40) 사장은
어린이용 가구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대표적인 여성 벤처기업가.

길 사장은 서울대 미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프랑스 국립장식미술학교
에서 유학한 톱 디자이너 출신이다.

서랍장을 열면 멜로디와 엄마소리 등이 나오는 아이디어 가구로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에서 국제특허를 따냈다.

올해 수출 예상액은 최소 1백만달러.

패션업체 아드리안느를 운영하던 웹넷코리아의 김해련(39) 사장은 인터넷
기업가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9월 아드리안느를 정리하고 "패션플러스"(www.fashionplus.co.kr)
라는 웹사이트를 연 것.

패션 정보와 쇼핑몰을 갖춘 이 사이트는 유니섹스 캐주얼브랜드 잡화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 가정주부도 벤처 전선으로 =두조시스템의 전경자(45) 사장은 전형적인
전업주부에서 벤처기업가로 데뷔한 대표적인 케이스.

외국 유명브랜드 일색인 한국 골프백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지난해
2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두조"라는 자체 브랜드로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 시장도 개척해 30만달러
어치를 내다팔았다.

그의 성공스토리는 주부도 얼마든지 벤처기업가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40줄에 접어든 지난 95년초 전 사장은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에 일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어느날 골프장에서 돌아온 남편으로부터 골프백이 불편하다는 불평을 듣는
순간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로부터 3년여간 금형공장과 봉제업체를 뛰어다닌 끝에 98년 4월 첫 모델
을 완성하고 회사를 창업했다.

지난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 그는 편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워 한국
골프백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외국 브랜드를 차례로 제치고 닥스와 MU에 이어 국내 시장 점유율 3위로
올라섰다.

올해엔 수출 50만달러를 포함해 30억원의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프랑스 알파연구소 산업디자이너 출신인 리닉스의 이승주(32) 사장도
평범한 가정생활에서 뛰쳐 나왔다.

우연히 이 연구소의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해 세제 없이 소량의 물만으로
찌든 때를 벗겨내는 스팀청소기를 개발해 사업화에 나선 것.

이 사장은 단체급식소 반도체공장 화장품업체 호텔 병원 등을 주요 타깃
으로 본격적인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 정한영.서욱진 기자 ch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