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욱 < 한화증권 사장 ywchin@hws.co.kr >

신용카드 수수료를 둘러싼 신용카드사와 가맹점간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는 대형백화점들이 수수료인하요구에 응하지 않는 특정 신용카드를
받지 않겠다고 나섰다.

신용카드사들은 그런 행위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백화점들
의 특정신용카드 거부가 계속될 경우 모든 신용카드회사가 백화점에 대한
가맹점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역공에 나서고 있다.

뒷짐만 지고 있던 금융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신용카드사에
문제해결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가맹점들은 신용카드사가 받는 수수료율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하여
지나치게 높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신용카드사측에서는 각종 금융비용을 감안할 때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신용카드수수료율 자체만을 놓고 과연 그 수준이 적정한가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미 수수료의 자율화는 시행된 지 오래고 그 수준은 결국 시장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담합이 있었다면 이는 공정거래법규로 다룰 일인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다툼 속에서 신용카드회원 즉 고객만 골탕을 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백화점들이 특정회사의 신용카드를 거부하게 되자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가맹점 공동사용만을 믿고 하나의 신용카드만 갖고 있는 고객들은 큰 불편을
겪게 되었다.

하지만 백화점이나 신용카드사 어느 쪽도 회원의 불편에 대해선 아랑곳하지
않는다.

신용카드는 오늘날 신용사회에서 필수 불가결한 생활의 도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현재 우리나라 신용카드 회원수가 발급매수를 기준으로 4천만명을 초과하고
있어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거의 완전한 신용사회가 도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회원의 불편에도 불구, 자신의 몫 챙기기에 급급한 가맹점과
신용카드사의 행태가 지속되는 한 진정한 신용사회의 도래는 아직 멀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