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개각문제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이번 개각이 선거를 앞둔 임시적 방편인지, 변화된 경제여건을 감안한
경기순응적 개편인지는 나중에 드러나겠지만 때가 때인지라 시끄럽기는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혹시 선거를 앞두고 그동안 흔히 범해왔던 세가지 유혹을 현 시점에서
다시 겪는 것은 아닌지 문외한인 입장에서 심히 우려되는 사안이다.

선거를 앞두고 가장 범하기 쉬운 것은 "이제 됐구나"하는 유혹이다.

최근에 경제각료를 중심으로 "외환위기가 끝났다" "IMF의 조기졸업이다"는
말이 부쩍 많이 떠도는 것도 혹시 이런 유혹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보고 싶다.

자칫 이런 유혹은 독선과 자만을 불러일으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일을 쉽게 생각한다.

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기능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특히 지금처럼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조급증으로 악화된다.

그러다 보면 "뭔가 드러내 보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자연 국민들의 고통과 비용이 수반되는 정책은 슬그머니 뒷전으로 물러난다.

여론을 의식하기 시작하다 보면 국민들의 인기에 영합할 수 있는 대중적
인물이나 자기사람이 커 보인다.

빨리 평가받을 수 있는 정책을 우선시하는 악습이 재현된다.

그 결과 "뭔가 바꿔봐야 하지 않느냐"는 유혹에 빠진다.

사람이나 정책도 그렇다.

물론 선택한 사람과 정책이 잘못됐을 경우에는 빨리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인선이나 정책결정시 미국처럼 충분한 검증과 국민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현 정부는 이런 점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

과거 정부처럼 잦은 인선과 정책교체는 정부에 대한 신뢰도에 손상을 입힐
우려가 있다.

특히 지금처럼 대내외적으로 신뢰유지가 중요한 시기에 있어서는 정부의
실패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를 들여다 보면 이런 유혹에 빠질 만큼, 개선된 점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기 문제는 경제시스템을 복구하는 과제가 남아있고 경기문제도 산업간
불균형,빈부격차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이런 문제들은 순수한 경제원칙에 따라 정책의 일관성이 요구되는
과제다.

그렇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뒤숭숭한 현실을 바라보면서 국민들은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당시에 약속했던 마음가짐(초심)을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