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 아픈 수학 얘기도 얼마든지 재미있을 수 있다.

"수학이 세상을 지배한다"(A.K.듀드니 저, 박범수 역, 끌리오, 8천9백원)는
지적 즐거움을 만끽하게 하는 책이다.

기하학뿐만 아니라 천문.물리.화학을 아우르는 순수 학문의 줄기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저자는 우주의 진리를 찾아 떠나는 수학여행을 소설 형식으로 구성했다.

그는 출발에 앞서 두가지 질문을 던진다.

"왜 수학은 그처럼 자연과학에 유용한가"

"수학은 발견된 것인가 창조된 것인가"

여행은 피타고라스가 살았던 고대 그리스 밀레투스의 폐허에서 출발한다.

주인공은 이곳에서 수학자 피고노폴리스를 만나 피타고라스 학파의 놀라운
발견 이야기를 듣는다.

피타고라스는 세계가 실체도 없는 정수로 이뤄져 있다고 믿었다가 정사각형
속의 대각선에서 무리수를 발견하고 새로운 우주관에 눈떴다.

"홀로스"라는 또다른 우주의 존재를 느낀 것이다.

아라비아 사막의 아카바에서는 천문학자 플라일리를 만난다.

그는 옛 이슬람 상인처럼 낙타를 타고 사막을 지나며 밤하늘에 가득한
수학의 비밀을 파헤친다.

베네치아에서 만난 물리학자 칸초니는 "수소 스펙트럼 속에 있는 특정
파장의 비율이 정수"라는 사실을 발견한 야콥 발머 얘기를 들려준다.

놀랍게도 발머는 피타고라스 학설의 신봉자였다.

발머의 공식은 옹스트롬이 측정한 값과 동일하며 닐스 보어의 양자이론에
의해 설명될 수도 있다.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표현은 달랐지만 둘 다 미적분학의 원리를 발견한
얘기, 영국의 애덤스와 프랑스의 르베리에가 비슷한 시기에 해왕성의 존재를
각각 예측한 사실도 접한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칸초니는 물리학에서 원라이론을 둘러싼 신비를 벗기고자 "양자 장막"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공개한다.

그것이 인간의 마음과 현실을 지배하는 현상의 보이지 않는 영역 사이에
걸려 있다고 주장한다.

그 너머에 "홀로스"가 있다는 얘기다.

이 책에는 다양한 기호와 도형,공식들이 함께 제시돼 있어 복잡한 수리의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코끼리의 발톱에서 "모든 물체는 그것들이 떨어져 있는 거리의 역제곱에
비례해 서로를 끌어당긴다"는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을 확인하는 등 재미있는
발견이 많다.

유쾌하고 기지에 찬 저자의 유머도 책읽는 맛을 더해준다.

저자의 결론대로라면 "수학은 발견된 것"이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