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를 다닐 때 해부학시간이 고역이었다는 정수일 소장은 아무래도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의사를 포기한 게 다행이라고 말한다.

임상의학보다는 오히려 기초의학에 흥미를 많이 느꼈다는 그는 이런 취향을
살리고 미래를 밝히기 위해 미국행을 택했다.

미국생활에서 유기화학 생화학 생물학 병리학 구강과학 소아과학 암과학 등
기초의학과 관련 응용과학을 두루 섭렵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정 소장은 의학이나 생리학 분자생물학만을 전공했거나
유기화학 약학만 전공한 연구자들에 비해 신약개발에 대한 안목이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소장은 특히 효소 활성단백질 항암제 등의 분야에서 정통하다.

1994년 앤지오스태틴이 암에 효과가 있다는 최초 발표가 나기 훨씬 이전인
1970년대 중반에 그린스태틴을 분리해낼 수 있었다.

그는 혈액을 용해하는 효소인 플라스민을 저해하는 물질을 견제하기 위해
이 물질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정 소장은 미국생활을 오래해서 미국적인 합리주의와 신사도가 넘친다.

어머니에 대한 효성으로 1995년 미국에서 돌아와 1997년 모친이 돌아가실
때까지 지극히 간호했다.

이는 한국에 정착하는 계기가 됐다.

후배연구자들에게는 외국에 비해 열악한 연구환경이지만 벤처기업가 정신을
갖고 열심히 하라고 주문한다.

연구직원의 사기진작을 위해 기회있을 때마다 경영진에게 스톡옵션을 주자고
건의하고 있다.

특허권에 대한 관리도 철저하다.

획기적 제품을 개발하고도 후발업체들이 모방개량신약을 만든다면 사상누각
과 다름없으므로 기초저변연구를 넓게 해서 관련 특허를 많이 출원하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