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면 누구나 코르셋으로 허리를 바짝 조이고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었던 20세기초.

프랑스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남성용 승마바지와 카디건을 응용한 새로운
룩을 발표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여자가 바지를 입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시절인만큼 당시 샤넬
스타일은 금기를 뛰어넘은 혁명과도 같았다.

"옷은 실용적이고 편안해야 한다"는 샤넬의 철학은 지난 1백년 동안의
복식을 지배했다.

뉴밀레니엄에도 그 정신은 이어진다.

실용성과 편안함은 향후 패션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디자이너 신명은 감사(대현인터내셔날)를 향한 외부의 관심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뜨거워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신 감사는 현재 업계 최고로 추정되는 "높은 몸값"에도 불구하고 스카우트
대상 0순위로 인정받고 있다.

"편안하고 스포티한 옷을 잘 만드는 21세기형 디자이너"로 정평이 나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지금까지 만든 옷은 모두 활동적이고 스포티한 멋을 살린
캐주얼복이었다.

1986년 디자이너로 첫 발을 내디딘 곳이 정통 스포츠웨어 아디다스였으며
1987년에는 엘레쎄를 론칭시켰다.

힙합풍의 헐렁한 바지와 티셔츠로 유명한 스포트 리플레이 또한 그의
작품이다.

이 브랜드는 한여름의 길거리 뿐 아니라 겨울 스키장 설원 위까지도
"SPORT REPLAY" 로고의 옷으로 가득 메울 만큼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실 정통 흑인 힙합룩은 너무 크고 길이도 길어 청소년들이 편하게 입기
어렵습니다. 스포트 리플레이는 힙합 분위기는 살리되 지나친 장식을 배제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입을 수 있도록 한게 장점입니다. 즉 한국적
힙합캐주얼이라고 할 수 있지요"

보기에 아름다워도 몸에 불편한 옷은 액자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최고 인기상품을 탄생시킨 셈이다.

신 감사는 올 봄에 선보일 "써어스데이 아일랜드(Thursday Island)"로
또한번의 홈런을 노리고 있다.

아메리칸 스타일의 자연친화적이면서도 고급스런 성격의 이 브랜드는
그가 작업했다는 것만으로도 벌써 프리미엄이 잔뜩 붙었다.

대형백화점 바이어들이 앞다퉈 입점교섭에 나서는 등 인기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캐주얼 시장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그의 활약이
어떤 바람을 몰고올지 주목된다.

< 설현정 기자 sol@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