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춘투(노사임금협상)가 시작됐다.

한국의 경영자총연합회격인 닛케이렌(일경련)과 노총격인 렌고(연합)가
올해 목표를 확정, 교섭에 들어갔다.

경영자측은 "임금삭감"도 하나의 카드로 선택했다.

장기경기침체 여파로 임금교섭의 마지노선을 지난해의 "기본급 인상제로"에
서 결국 삭감으로까지 조정한 것이다.

오쿠다 닛케이렌 회장은 12일 "임금삭감을 전제로 한 잡셰어링(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유지)과 총액인건비의 감축 등을 노사가 협의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정년까지의 고용을 전제로 채용한 종업원을 정년 이전에 해고하는
것은 약속위반"이라며 리스트라(리스트럭처링)를 이유로 한 인원감축을
비판했다.

임금억제를 전제로 한 고용확보를 춘투전략으로 선언한 것이다.

경영자측의 이같은 입장에 렌고측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종전수준의 고용확보는 물론 1%이상(정기승급분 포함시 3%)의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임금인상으로 개인소비를 확대하는 것이 경기회복에 직결된다.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경영자의 무자비한 리스트라는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영자와 노조가 나름대로의 명분과 이유를 내세워 기선제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에 한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고용확보다.

경영자측은 고용유지를 전제로 임금을 양보해 주도록 요구하고 있다.

노조측은 고용연장도, 잡셰어링도, 결국 근로자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고용안정을 주장하고 있다.

고용안정이 이슈가 된게 엊그제 일은 아니다.

개별기업들은 이미 노사합의를 거쳐 고용안정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마쓰시타전기 후지쓰 산요전기 등은 60세 정년이후의 재고용제도를
도입했다.

후지전기는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키로 했다.

실적주의 연봉제등의 도입으로 춘투가 임금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정기승급제도를 폐지하고 능력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춘투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산업별노조에서 탈퇴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올림프스광학은 지난해 8월 전국금속기계노동조합에서 탈퇴했다.

임금인상 파업등으로 상징돼온 일본춘투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

올해에는 고용안정에 밀려 최대무기인 임금문제조차도 시들해지고 있다.

춘투도 이제는 고용시스템과 룰을 결정하는 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 도쿄 =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