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컴맹과 영맹' 그 다음은 .. 변도은 <논설고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변도은 < 본사 논설고문 >
정확히 언제 어떤 자리에서 였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1815~1898)에게 누군가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무엇인가?"
그는 대답하기를 "북아메리카가 영어를 한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프로이센의 군국화를 통해 빌헬름 1세를 도와 독일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비스마르크에게 있어 바다 건너 영국 다음으로 대서양 너머에 거대한 미국과
캐나다가 또 같은 영어권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당시에 벌써 대단히 경계할
일로 그의 뇌리에 깊게 새겨져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통일독일제국이 탄생한 1871년 미국은 이미 하와이를 제외한 본토 49개주에
총인구 4천만명에 육박하는 거대국가로 성장해 있었다.
정부는 얼마전 2003년부터 시행할 고시제도 개편안을 공개한 바 있다.
내용인즉 1차 영어시험을 폐지하고 대신 토플성적 5백80점 또는 토익성적
8백20점 이상인 사람에게만 행정.외무.기술고시 응시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민간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이미 사원공채 때 토플 또는 토익성적으로
영어시험을 대신해 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고급공무원들도 일정수준 이상의 영어실력을 최소한의
자격요건으로 갖춰야 하게 된 것이다.
장차 우리 사회에서 영어의 중요성이 한층 더 증대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새로운 전조라고 하겠다.
사실 우리에게 영어는 진작부터 국어 다음 가는 중요한 언어가 돼 왔다.
적어도 학교교육에서는 그랬다.
20세기 전반에는 학문적으로 독일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일본교육의 영향을
받아 독일어가, 해방 이후에는 미국의 영향을 받아 영어가 외국어교육의
주류를 형성해 왔다.
그러다가 근년에 와서는 또 세계화 바람에다 정보화 인터넷 전자상거래
열풍까지 일면서 영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교육열이 부쩍 더 고양되기에
이르렀다.
해외어학연수와 조기유학바람, 일부의 영어 공용화 논의 등이 이를 대변한다
세계화 국제화를 위해서는 영어를 필수적으로 말하고 쓸 줄 알아야 한다.
미국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세계의 최강자로 군림해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때 상거래에서는 주로 영어가, 외교무대에서는 프랑스어, 학술사회에서는
독일어가 힘을 쓴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영어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 현상은 인터넷과 전자상거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더욱 가속화하는
추세에 있으며, 이 분야에서 미국의 독주가 계속되는 한 장래에도 큰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시드니 큘버트 (S Culbert) 교수가 집계한 97년 현재
세계의 주요 언어사용 인구분포를 보면 절대인구가 많은 중국의 표준어인
만다린어가 모국어 인구, 그리고 기타 인구를 포함한 총 사용인구에서 각각
8억6천3백만명과 10억2천5백만명으로 모두 수위를 점한다.
그러나 다음 순위부터는 모국어 인구, 그리고 기타 인구를 합친 총 사용
인구에서 차이가 나 모국어에서는 힌두어 스페인어에 이어 영어가
3억3천5백만명으로 4위지만 그밖의 인구를 포함한 전체 사용인구에서는
영어가 4억9천5백만명으로 2위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처럼 영어가 모국어인 국가들 말고도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나 지역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이런 분포를 만약 과거 50년, 1백년 전과 비교해서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살펴본다면 퍽 흥미있을 것이다.
필시 영어인구가 크게 약진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날 국제간 인터넷과 전자상거래에서
영어가 단연 제1의 세계공용어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속에서 경쟁하고 세계와 더불어 살아가자면 이제 영어를 국어에
버금가는 필수 언어로 익히지않으면 안되는 세상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느정도 제대로 할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우리 국민의 영어실력이다.
우리의 영어 공교육은 실패했다.
중.고교 6년에 대학 4년을 마쳐도 듣기 쓰기 말하기 중 어느 것 하나 변변히
하지 못하는 부실한 교육을 해 왔다.
사교육에 맡겨 각자가 알아서 할 일로 여겨져왔다.
중국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 94년말 발표한 개혁안에서 유치원 취학 연령을
6살에서 3살로 앞당기는 동시에 유치원에서도 영어를 가르치기로 한 바 있다.
아시아에는 이밖에 영어교육에서 일찍이 우리보다 앞선 나라가 많다.
새 시대를 살아가는데 영어 이상으로 중요한 정보화교육도 학교교육은 같은
상황이다.
학교교육만 믿다가는 "컴맹"이 되기 십상이고, 또 "영맹"이 될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안타까운 교육현실이다.
말과 구호만 무성할 뿐 의지와 실천이 없다.
이러다간 컴맹과 영맹, 그 다음은 또 뭘지 걱정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4일자 ).
정확히 언제 어떤 자리에서 였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1815~1898)에게 누군가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무엇인가?"
그는 대답하기를 "북아메리카가 영어를 한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프로이센의 군국화를 통해 빌헬름 1세를 도와 독일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비스마르크에게 있어 바다 건너 영국 다음으로 대서양 너머에 거대한 미국과
캐나다가 또 같은 영어권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당시에 벌써 대단히 경계할
일로 그의 뇌리에 깊게 새겨져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통일독일제국이 탄생한 1871년 미국은 이미 하와이를 제외한 본토 49개주에
총인구 4천만명에 육박하는 거대국가로 성장해 있었다.
정부는 얼마전 2003년부터 시행할 고시제도 개편안을 공개한 바 있다.
내용인즉 1차 영어시험을 폐지하고 대신 토플성적 5백80점 또는 토익성적
8백20점 이상인 사람에게만 행정.외무.기술고시 응시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민간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이미 사원공채 때 토플 또는 토익성적으로
영어시험을 대신해 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고급공무원들도 일정수준 이상의 영어실력을 최소한의
자격요건으로 갖춰야 하게 된 것이다.
장차 우리 사회에서 영어의 중요성이 한층 더 증대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새로운 전조라고 하겠다.
사실 우리에게 영어는 진작부터 국어 다음 가는 중요한 언어가 돼 왔다.
적어도 학교교육에서는 그랬다.
20세기 전반에는 학문적으로 독일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일본교육의 영향을
받아 독일어가, 해방 이후에는 미국의 영향을 받아 영어가 외국어교육의
주류를 형성해 왔다.
그러다가 근년에 와서는 또 세계화 바람에다 정보화 인터넷 전자상거래
열풍까지 일면서 영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교육열이 부쩍 더 고양되기에
이르렀다.
해외어학연수와 조기유학바람, 일부의 영어 공용화 논의 등이 이를 대변한다
세계화 국제화를 위해서는 영어를 필수적으로 말하고 쓸 줄 알아야 한다.
미국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세계의 최강자로 군림해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때 상거래에서는 주로 영어가, 외교무대에서는 프랑스어, 학술사회에서는
독일어가 힘을 쓴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영어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 현상은 인터넷과 전자상거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더욱 가속화하는
추세에 있으며, 이 분야에서 미국의 독주가 계속되는 한 장래에도 큰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시드니 큘버트 (S Culbert) 교수가 집계한 97년 현재
세계의 주요 언어사용 인구분포를 보면 절대인구가 많은 중국의 표준어인
만다린어가 모국어 인구, 그리고 기타 인구를 포함한 총 사용인구에서 각각
8억6천3백만명과 10억2천5백만명으로 모두 수위를 점한다.
그러나 다음 순위부터는 모국어 인구, 그리고 기타 인구를 합친 총 사용
인구에서 차이가 나 모국어에서는 힌두어 스페인어에 이어 영어가
3억3천5백만명으로 4위지만 그밖의 인구를 포함한 전체 사용인구에서는
영어가 4억9천5백만명으로 2위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처럼 영어가 모국어인 국가들 말고도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나 지역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이런 분포를 만약 과거 50년, 1백년 전과 비교해서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살펴본다면 퍽 흥미있을 것이다.
필시 영어인구가 크게 약진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날 국제간 인터넷과 전자상거래에서
영어가 단연 제1의 세계공용어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속에서 경쟁하고 세계와 더불어 살아가자면 이제 영어를 국어에
버금가는 필수 언어로 익히지않으면 안되는 세상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느정도 제대로 할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우리 국민의 영어실력이다.
우리의 영어 공교육은 실패했다.
중.고교 6년에 대학 4년을 마쳐도 듣기 쓰기 말하기 중 어느 것 하나 변변히
하지 못하는 부실한 교육을 해 왔다.
사교육에 맡겨 각자가 알아서 할 일로 여겨져왔다.
중국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 94년말 발표한 개혁안에서 유치원 취학 연령을
6살에서 3살로 앞당기는 동시에 유치원에서도 영어를 가르치기로 한 바 있다.
아시아에는 이밖에 영어교육에서 일찍이 우리보다 앞선 나라가 많다.
새 시대를 살아가는데 영어 이상으로 중요한 정보화교육도 학교교육은 같은
상황이다.
학교교육만 믿다가는 "컴맹"이 되기 십상이고, 또 "영맹"이 될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안타까운 교육현실이다.
말과 구호만 무성할 뿐 의지와 실천이 없다.
이러다간 컴맹과 영맹, 그 다음은 또 뭘지 걱정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