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기사 조혜연2단의 기세가 화쉐밍7단의 관록을 누를 것인가.

제1회 흥창배 세계여자바둑대회 준결승(4강전)이 13일 한국기원에서
바둑팬들의 관심속에 열렸다.

한국경제신문사와 바둑TV가 공동 주최하고 흥창이 후원하는 이날 경기는
조2단과 화7단, 루이나이웨이9단과 오카다 유미코 4단간의 대결로 진행됐다.

"여자 이창호"로 불리는 조2단은 양후이8단과 펑윈9단을 연파한 여세를 몰아
"화쉐밍사냥"에 나섰다.

그러나 백을 쥔 조2단은 초반 포석단계에서 일관성을 결여, 수세에 몰렸다.

현재 조2단은 뒤늦게 실리로 전환하는 바람에 좌.우변에 엷은 집을
구축하는데 그쳤다.

반면 화쉐밍은 좌우변 백을 압박하고 중앙흑세력을 두껍게 쌓으며 대국
주도권을 잡았다.

조2단은 중앙전투에 뛰어들어 승부수를 띄웠다.

"반상의 마녀" 루이9단과 오카다4단은 초반부터 좌변에서 접전을 펼쳤다.

싸움은 한 치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혼전양상이다.

루이9단이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지만 오카다4단과는 보해컵에서 1승1패를
나눴다.

오카다4단은 4년전 보해컵 대회에서 루이9단의 불패신화를 깨뜨리며
일본기사로선 "드물게" 4강에 진출했던 실력파.

이날 대국을 지켜본 바둑계 인사들은 중국세가 평정해온 세계여자바둑계에
한국과 일본기사들의 저항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 루이9단과 오카다4단은 남편들이 프로기사여서 "남편훈수"가 기력향상에
도움을 주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장주주9단과 오카다 신이치로 7단이 이들의 남편.

8강전에서 탈락한 고야마 테루미5단의 남편도 프로기사인 고야마
류고5단이며 이번 대회에 출전했던 양후이8단과 지난해 보해컵 챔피언
장쉔8단도 프로기사 남편을 뒀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여자기사들은 미혼이어서 "외조"를 받지 못한다는
것.

<>. 화쉐밍7단은 대국시작전 한국과 일본여자기사들의 수준이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한.일은 3년여전만해도 중국의 상대가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실력이
급상승했다고 말했다.

화7단은 지난해 보해컵에선 황염3단에게 4강전에서 졌지만 이번엔 컨디션이
좋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 이번 대회에서 불어닥친 "조혜연 돌풍"은 "깜짝쇼"가 아니라는게 중론.

조혜연은 지난해 삼성화재배에서 루이9단을 물리쳐 바둑계를 놀라게 했다.

윤기현9단은 조혜연에 대해 "빠르면서도 두터운 바둑을 둬 보고 있으면
시원스럽다"고 평가했다.

< 유재혁 기자 yooj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