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란 한 민족이나 개인이 전통적으로 이어온 생활습속에 따라 제작한
실용화를 말한다.

특히 조선후기 서민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회화 공부를 본격적으로 받지 못한 무명 화가나 떠돌이 화가들이 주로
그렸던 탓에 대개 작품성이 떨어진다.

민화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일본인 야나기(류종열)는 "민중속에서
태어나고 민중을 위해 그려지며 민중에 의해 구입되는 그림"을 민화라고
말했다.

민화 연구 전문가 김호연은 "민족의 미의식과 정감이 표현된 민족화"로
민화를 정의했다.

최근 민화가 재평가되면서 까치와 호랑이 그림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호랑이 그림이 민화의 주류인양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호랑이 그림은 조선초부터 도화원에 소속된 화가들이 즐겨 그리던
영모화(새나 짐승을 그린 그림)의 소재였다.

이들은 악귀를 물리치려는 염원을 담아 새해 벽두에 용과 함께 호랑이를
화폭에 담곤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맹호도는 가장 뛰어난 호랑이 그림으로
꼽힌다.

배경 없는 구도에 호랑이의 순간적인 동작을 실감나게 포착했다.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과 용맹스럽고 늠름한 얼굴 묘사는 범의 특징을 잘
표현했다.

온몸에 흐르는 성깔있는 터럭과 꼬리를 곤두세우고 날카롭게 노려보는
자세도 호랑이의 습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그림에 적힌 화제와 낙관 도장을 보면 1744년 현재 심사정이 그린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1744년은 현재가 세상을 떠난 지 4년 후가 되기 때문에 그의
작품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후세사람이 화제를 써넣고 도장을 찍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문화재 전문가 이영섭씨는 "호랑이의 동작 포착과 묘사력, 화면 구성에서
흠잡을데 없는 솜씨를 보여주고 있어 기량 있는 화가의 작품인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 강동균 기자 kdg@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