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의 공직생활에 후회도 미련도 없습니다"

1.13개각으로 기나긴 관료생활을 마감하게 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퇴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DJ노믹스의 전도사로 보낸 지난 2년간의 뒷얘기도
털어놓았다.

98년2월 YS정부에서의 정보통신부 장관을 끝으로 숙대교수로 가려 했는데
김중권 청와대비서실장의 권유로 DJ정부의 초대 정책기회수석직을 맡았다는
것.

또 김태동씨와의 불화설에 대해서는 행정경험의 유무에서 빚어진 오해라고
해명했다.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앞둔 강 전장관은 지난 69년 경제기획원 사무관(행시
6회)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기획원의 요직인 경제기획국장 4년, 차관보 3년 재임을 거쳐 노동부
차관, 경제기획원차관, 국무총리행정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또 96년 정통부장관에 이어 98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경제수석을 지낸
뒤 경제부처 수장격인 재경부장관에 취임했다.

강 전장관은 간혹 농담 삼아 자신의 사주팔자가 기막히게 좋다고 말하곤
한다.

관료로서의 인생행로를 행운으로, 만족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이다.

그는 이제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새로운 변신을 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하지만 지나치게 직설적인데다 자신이 올바르다고 판단하면 절대 굽히는
일이 없는 "비정치적" 성격을 갖고 있어 정계에서 성공할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각종 조찬 간담회에서 원칙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는 업계의 거물급
인사에게 곧바로 직격탄을 날려 다른 참석자들이 민망해 했던 일도
다반사였다.

그는 자신의 이런 성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출마여부에 대해 상당기간
고심했다.

주변에서도 그는 정치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 장관은 최근 "선거에는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데, 나는 돈도 없고
누구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할 염치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그는 출마를 결심했고 "비 정치적" 성격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해
국회에 새바람을 일으키기를 후배 직원들은 바라고 있다.

< 임혁 기자 limhyuc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