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기사" 조혜연(15)2단이 세계여자바둑대회 사상 최연소로 결승에
진출했다.

조2단은 13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1회 흥창배 세계여자바둑대회 준결승
에서 중국의 화쉐밍7단을 맞아 백으로 2백14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또 루이나이웨이 9단은 오카다 유미코4단을 1백84수만에 백 불계로
물리쳤다.

이에 따라 한국경제신문사와 바둑TV가 공동 주최하고 흥창이 후원하는
이번 대회는 조2단과 한국기원 객원기사인 루이9단이 결승전을 치르게 됐다.

중국기사들은 5명이 모두 탈락,세계 여자바둑대회 사상 처음으로 결승전에
한명도 오르지 못했다.

"여자 이창호"로 불리는 조2단은 화쉐밍과의 대국에서 중반까지 수세에
몰렸다.

초반 포석단계에서 뒤늦게 실리로 전환하는 바람에 좌.우변에 엷은 집을
구축하는데 그쳤다.

반면 화7단은 좌우변 백을 압박하고 중앙흑세력을 두껍게 쌓아 대국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조2단은 이후 중앙전투에 승부수를 띄워 역전시켰다.

각 귀를 뺏은 후 우변에선 흑대마를 궁지로 몰았고 좌변에선 흑진삭감에
성공했다.

이로써 조2단은 양후이8단, 요시다미카6단, 펑윈9단 등 중국과 일본 강적을
차례로 무너뜨렸다.

"반상의 마녀" 루이9단도 오카다4단과의 싸움에서 역전승했다.

보해컵에서 오카다4단에게 1패를 당했던 루이9단은 이날 중반까지 패색이
짙었으나 "세계최강"답게 위기를 극복했다.

이날 대결을 지켜본 프로기사들은 중국세가 평정해온 세계여자바둑계에
한국과 일본 기사들의 저항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바둑대회에 출전한 기사들의 남편중 상당수가 프로기사들이어서
눈길.

이날 준결승에서 맞붙은 루이9단과 오카다4단은 남편은 장주주9단과 오카다
신이치로 7단.

8강전에서 탈락한 고야마 테루미5단의 남편도 프로기사인 고야마
류고5단이며 이번 대회에 출전했던 양후이8단과 지난해 보해컵 챔피언
장쉔8단 등도 프로기사 남편을 두고 있다.

<>. 화쉐밍7단은 대국시작전 한국과 일본여자기사들의 수준이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한.일은 3년여전만해도 중국의 상대가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실력이
급상승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여자기사들의 기세가 일본보다 강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 이번대회에서 불어닥친 "조혜연 돌풍"은 단순히 "깜짝쇼"가 아니라는게
기계의 중론.

조혜연은 지난해 삼성화재배에서 루이9단을 물리쳐 바둑계를 놀라게 했다.

윤기현9단은 조혜연에 대해 "빠르면서도 두터운 바둑을 둬 보고 있으면
시원스럽다"고 평가했다.

< 유재혁 기자 yooj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