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훌륭한 시민운동가"

참여연대의 박원순(45) 사무처장에게 주어진 이름이다.

최근 전국 72개 시민사회단체 실무책임자 1백20명을 대상 면접조사를
실시하자 이구동성으로 박 처장을 시민운동가 중의 운동가로 지목했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서경석 시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 등 쟁쟁한
인사들을 제치고 지난10년간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운동가로 꼽혔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2000년 총선 시민연대"를 결성,
정치권에 초비상을 걸었다.

4월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공천부적격자 등을 가려내 잇따라 공표하고
나섰다.

420여개의 시민단체가 참여한 "2000년 총선 시민연대"는 경실련에 이어 오는
18일 부적격자 선정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정치사상 처음있는 일이어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1세기의 문을 열자마자 NGO(비정부기구)들이 시민운동의 새로운 꽃을
피우려고 혼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NGO가 입법-행정-사법-언론에 이어 제5의 권력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셈이다.

박 처장은 이러한 운동의 중심에 서있다.

그는 한때 잘 나가던 로펌의 대표 변호사였다.

이를 마다하고 시민운동에 뛰어든 시기는 지난 94년9월.

참여연대가 발족되고 나서였다.

96년1월부터는 상근 사무처장으로 부임해 시민운동을 직업으로 삼았다.

그는 행정부나 기업의 부당함으로부터 시민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일념에
시민운동에 전념하게 됐다.

전과를 거둔 사례만해도 수없이 많다.

제일은행과 삼성전자 등을 상대로한 소액주주운동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에는 양심적인 의사 약사 등과 함께 의료수가 과잉계상 사례를
밝혀내기도 했다.

박 처장은 작년 한해만해도 참여연대가 나서 국민들의 가계를 절약할 수
있게한 금액이 적어도 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이같은 현실을 감안, 미국의 허위주장법(False Claim Act)과 같은
"예산부정방지법(가칭)"의 입법을 추진중이라고 귀띔했다.

시민단체가 시민을 대리해 소송에 이겨 국가 예산을 절약하는 일이 발생했을
경우 그 예산액의 일정 비율을 시민단체에 돌려주도록 제도화한다는
설명이다.

"감사원 전체 인원 8백명이 감사하는 대상 예산은 행정부처나 공기업 등을
합쳐 연간 3백60조원에 이릅니다. 따라서 시민단체가 개혁의 주체로 나서지
않고는 예산낭비나 부정부패를 막을 수 없다고 봅니다"

박 처장은 이달안에 "인터넷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를 개설,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작은 권리찾기 운동을 잔잔하게 펼쳐 나가려면 시민단체들도 시대변화에
맞춰 각계 각층에 친숙하게 다가서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 강창동 기자 cdk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