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다수 시.군.구들이 준농림지역에 러브호텔이나 식당을 지을수 있는
조례를 앞다퉈 제정하고 있는 것은 무척 염려스런 사태가 아닐수 없다.

농림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전국의 1백53개 시.군.구 가운데 89개
기초자치단체들이 준농림지역내에 음식점 등을 설치할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례를 제정,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준농림지역이라 해서 일체의 개발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국토의 효율적 이용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자치단체들이 지역특성을 고려해 준농림지를 개발하고 활용하려는
것을 무조건 나무랄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지자체들이 지금과 같이 경쟁적으로 준농림지 개발을 허용하려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적지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농림부가 가장 걱정하는 농지잠식이 크다는 점을 들수 있다.

농림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농지는 매년 약 3만ha씩 줄어든다고 한다.

여의도 면적의 약 1백배에 달하는 농지가 매년 잠식당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더구나 잠식당하는 농지가 소위 러브호텔 등 향락산업의 본거지로 이용되고,
그로 인해 자연경관 훼손 등 국토의 난개발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은 결코 용인해선 안될 일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토지이용규제의 근간을 이루는 법률이 유명무실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국토이용관리법은 준농림지내에 숙박업 식품접객업 관광숙박업 등을
영위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할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다만 수질오염 및 경관훼손의 우려가 없다고 인정하여 시.군.구의 조례로
정할 경우 개발을 예외적으로 허용할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지자체들이 준농림지내 숙박시설 등의 설치를 허용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이 예외조항이 그 근거다.

결국 특수한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돼야 할 단서조항이 국토이용관리법의
금지규정을 완전히 무력화시켜 버린 셈이다.

더구나 이 금지규정은 종래 준농림지내의 숙박시설 허용 등이 문제가 많다고
해서 지난 97년 부활시켰다는 점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벌여온 무질서한 개발계획의 병폐를
누차 지적한바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그같은 병폐가 더욱 기승을 부릴 우려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지자체들이 유한한 국토자원의 개발을 좀더 신중하게
다뤄주기를 거듭 당부하고 싶다.

특히 정부는 준농림지역내의 개발을 제한하는 국토이용관리법의 기본정신을
되살릴수 있도록 법규정을 보완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