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중소기업이 많기 때문에 이들이 독자적으로 기술투자를 할 여력이
없습니다. 대신 ITRI라는 국립연구소가 나서 이들의 연구를 대신하고 연구
성과를 완전한 상품으로 개발해 줍니다"

ITRI 산하 연구소 가운데 하나인 전자광학연구소의 에릭 린(임경화) 소장은
"ITRI는 대만 첨단산업의 원동력이었으며 앞으로 그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린 소장은 대만 청화대학 출신으로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25년간 미국 IBM에서 근무한 뒤 지난 1992년 대만으로 다시 돌아와 국가과학
기술정책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이다.

-ITRI가 대만의 첨단산업발전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

"반도체 등 최근 급격히 발전하는 많은 첨단산업분야가 ITRI에서 시작됐다.

또 ITRI 안에 있는 7개 분야별 연구소가 관련된 기업들은 매년 30% 이상씩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

개별 연구소들은 대학과 기업들을 불러모아 함께 공동세미나를 열어 학문적
성과를 나누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현재 대만 첨단산업계에 활약하는 연구원, 기업가중 1만2천명이 ITRI 출신일
정도로 인재양성소 역할도 맡고 있다"

-예산지원 방식은.

"정부가 미리 예산을 정해 두지 않는다.

연구소가 필요한 예산을 산출해 요구하면 연구소의 의견을 존중해 별로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지원한다.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기업과 정부예산 1대 1의 원칙이 대체로 지켜진다.

연구에만 몰두하기에 별로 불편이 없는 여건이다"

-기업과 ITRI의 관계는.

"ITRI와 기업이 공동으로 정한 과제들을 함께 연구하기도 하고 실패위험
부담이 큰 프로젝트는 연구소가 독자적으로 수행해 민간기업에게 넘겨주기도
한다.

공동연구의 경우 기업도 연구에 들어가는 비용 절반을 내고 있다.

또 연구소의 개발담당자들이 개발성과를 갖고 창업을 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도 많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