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사리 만들어진 선거관계법 여야 합의안이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민련 김동주 의원등 일부 의원들의 "몽니"로 처리되지 못했다.

김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기장을에 인구 10만명인 부산 좌동이
추가로 편입된데 대한 반발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 의원등의 몽니는 선거법 협상과정에서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여야간에 선거구를 적당히 "나눠먹기" 하자니 각종 편법이 불가피했고 이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된 일부 의원들은 반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컨대 15대때만 예외로 인정키로 한 도.농 통합지역의 분구는 이번에도
일부 허용돼 경주 원주 군산 순천 등의 지역구가 2개씩 존속됐다.

또 국민회의 노무현 부총재가 출마하는 부산 북.강서을의 유권자수를
8만4천명으로 만들어 북.강서갑 28만명의 3분의 1에도 못미치게 했다.

해운대.기장은 도.농 통합지역인데도 선거구 분구의 혜택을 보지 못했고
국민회의 김운환 의원이 출마하는 "갑 선거구"를 고려해 일부 동네를 "을
선거구"에 떠넘기면서 이처럼 반발을 불러왔다.

원칙이 없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당초 여야는 인구증가를 반영해 지역구 인구 상.하한기준을 현행 7만5천~
30만명에서 상향조정키로 했다.

그러나 일부 여야 중진의 지역구를 살리기 위해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

덕분에 협상창구인 자민련 이긍규 총무의 지역구(서천)와 경북 의성
(한나라당 정창화 정책위의장), 충북 괴산(자민련 김종호 부총재), 전북
고창(국민회의 정균환) 부안(김진배) 임실.순창(박정훈) 등은 7만5천명을
몇백명 차이로 넘겨서 살아났고 부산 동래(박관용 강경식)도 30만명을
간신히 넘겨 통합되지 않았다.

인구가 계속 줄던 부산 남구(이상희 김무성)와 전남 곡성.구례(양성철)는
기준 시점을 최근이 아닌 지난해 9월말로 앞당기는 편법으로 상.하한선을
각각 넘겨 존속되도록 했다.

이같은 "게리맨더링"을 방지하기 위해 선거법에서는 2명의 국회의원과
5명의 비정치인 전문가가 참여하는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열어 선거구를
결정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이마저도 무시해 버렸다.

결국 선거구 획정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난 꼴이 됐다.

1년여를 끌며 선거법협상을 했지만 결과는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국민들의
실망뿐이다.

정치인들에게 국민은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 정태웅 정치부 기자 reda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