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적 연인관계로 묘사된 AOL과 타임워너의 결합은 성사될 것인가.

길게 보아 깨질 확률은 그리 크지 않지만 곳곳에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이곳의 분석이다.

인터넷 관문과 콘텐츠의 상호보완적 결합으로 원스톱 서비스를 받게될
소비자들은 분명히 득을 본다는 게 이번 합병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평가라고 할 수 있는 주식시장에서의 반응은 제대로
읽어내기가 난해하다.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소식이 전해진 지난주 초 양사 주가는 일시적 상승
기류를 탔지만 곧 이어 큰 폭으로 동반하락한 후 목요일(13일)에 이르러서야
다소 안정을 되찾는 기복이 큰 곡예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합병과정에서 테드 터너 전 CNN회장 같은 일부 주주가 40억달러 이상의
횡재를 하게 돼 있다는 분석 또한 시장분위기를 신통치 않은 방향으로 몰고
간 요인의 하나였다는 해석도 있다.

터너 회장의 횡재는 누군가의 손실에 의해 보전돼야 한다는 주주간의 부
이전문제가 투자자들의 반응을 싸늘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지만 미 법무부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익스플로러
끼워 팔기를 독과점위반으로 문제삼아 3개의 회사로 분할시키려 하고 있는
마당에 또 다른 공룡의 탄생을 의미하는 합병을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형평성 시비도 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관심을 끄는 것은 소수 자본주 집단의 미디어 독점으로
언론자유가 침해될 수 있으며 그 결과 민주주의가 시험받을지 모른다는
우려다.

AOL이 타임워너를 인수하게 될 경우 스티브 케이스 회장은 AOL자체의
영향력뿐 아니라 CNN 등 TV는 물론 타임 등 시사잡지, 영화 등 거의 모든
미디어를 소유하게 됨으로써 언론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포천지의 마크 군더 기자가 당한 합병발표 당일의 일은 워싱턴에서
오래 남을 일화가 됐다.

군더 기자는 스티브 케이스 AOL회장과 합병이 발표된 10일 인터뷰를 갖기로
되어있었다.

당일 새벽 6시, 한 AOL 임원이 군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우리회사
(AOL)가 당신 회사(포천)를 사들인다"며 인터뷰는 취소됐다는 일방적 통보를
하고 끊었다.

한마디 대꾸도 해보지 못한 채 당한 하루였다.

<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 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