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태평양전쟁 당시 한국인 강제 징용자들의 미불임금 청구권
등 개인 재산권을 소멸시키는 특별조치법을 지난 1965년 12월 제정했으며
한국 정부는 이를 묵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특별조치법은 일본 헌법(제29조)에 규정된 개인의 재산권 보호조항을
어긴 것으로 현재 일본 법원에서 10년째 진행중인 미불임금 반환청구 소송이
이달말 결심공판을 거쳐 오는 4, 5월께 선고공판이 열릴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7일 태평양전쟁 희생자유족회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한.일
청구권협정 후속 조치로 지난 1965년 12월22일 "재산 및 청구권 문제해결과
경제협력을 위한 일.한협정 제2조 실시에 따른 대한민국 등의 재산권 조치에
관한 법률안"이라는 특별조치법을 제정했다.

이 특별조치는 지난해 5월과 10월에 열린 미불임금 반환 공판에서 일본
정부측 변호인단이 답변서를 통해 제출하면서 공개됐다.

특별조치법은 "일본 국가나 일본 국민이 소화 40년(1965년) 6월22일에
보관중인 한국 또는 한국민의 물건은 이 날자로 일본이나 일본 국민에게
귀속된 것으로 한다""한국 또는 한국 국민은 소화 40년 6월22일자로 재산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측 변호인단은 특별조치법 제정으로 조선인 군인.군속.노무자
등의 미불임금 청구권을 비롯 개인 재산권은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본 정부측은 특별조치법 제정 당시 한국 정부의 태도와 관련,
"일.한 양국의 국교 회복상의 장애를 제거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한국도
이 조치를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인 군인.군속 등의 미불 임금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에 끌려간 조선인
강제 징용자들이 전쟁 뒤 일본으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체불임금과 예금,
전사 급여금 등을 말한다.

종전 후 일본에 주둔한 연합사령부는 일본측에 미불 임금액을 공탁토록
했지만 당사자들에게 지급되지는 않았다.

당시 강제 징용당한 한국인 군인.군속(기업체 징용자 제외)이 최소
24만3천여명에 이르고 있어 전체 공탁금 규모는 수천만 엔에 달하며 물가
인상분까지 포함하면 수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이건호 기자 leekh@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