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영 파워" 바람이 거세다.

전문경영인과 보조를 맞춰 경영 수업을 받다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젊은
오너"들이 많다.

한국 경제의 무게중심이 제조업에서 인터넷, 벤처, e(전자)-비즈니스로
옮겨가는데 따른 현상이다.

인터넷과 벤처에 대한 감각은 아무래도 젊은 오너들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요 경영의사 결정은 물론 정보수집부터 사업구상까지 직접 챙기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기업체질을 바꾸는 작업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새천년을 맞은 재계에 "젊은 오너"들은 신선한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세기말과 새천년 시작을 미국에서 지냈다.

신세기통신 지분을 SK에 판 직후인 지난해 12월 22일 도미, 지난 8일 귀국
했다.

미국에서 이 회장은 줄곧 실리콘 밸리 근처에서 머물렀다.

코오롱은 "핵심사업으로 꼽은 인터넷 정보통신 벤처투자 사업 구상을 위해"
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곧 미국에서 가져온 "신규사업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코오롱은 구조조정본부 상사 정보통신에 흩어져 있던 신사업 인력을 한 곳
으로 모아 벤처기업이 많은 서울 테헤란로에 사무실을 마련할 예정이다.

전문경영인 손길승 회장과 함께 SK를 이끌고 있는 최태원 회장도 행동 반경
을 넓히고 있다.

지난 4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재계 신년하례회때 최 회장은 참석한 재계 원로
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사했다.

이 모습을 본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기 시작했음을
나타내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새천년을 서울 종로 서린동 SK빌딩 사무실에서 맞았다.

Y2K(2000년 연도 인식 오류)를 직접 챙기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12월초엔 중국 베이징에서 손 회장과 함께 그룹 CEO(최고경영자)
세미나를 주재하고 중국 사업 본격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연말엔 동생 최재원 SK텔레콤 전무와 코오롱의 신세기통신 보유지분을
전격 매입하는 "깜짝쇼"도 연출했다.

그는 e-비즈니스에 관해 실무자와 거침없이 토론하는 것은 물론 외부에 강연
까지 다닐 정도다.

이재관 새한 부회장의 발걸음도 재다.

지난해 10월 한형수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전면에 나섰다.

신규 사업인 부동산 개발사업에 열정을 쏟고 있다.

지난해말 외부 인사를 모델하우스로 초청해 자신이 직접 사업계획을 설명
했다.

지난 10일부터 3일 동안은 일본에서 보냈다.

"지난해 합작사 도레이새한 설립때 도레이 회장과 사장이 직접 찾아준데
대한 답방"이라는 게 새한측 설명이지만 일본 파트너들과 신규사업에 관한
협의가 주된 목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전지 사업분야 외자유치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녀인 이인희씨 차남인 조동만 한솔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지난 3일까지 뉴요커가 됐다.

평소 친분이 있는 월가의 금융전문가, 벤처.정보통신 관계자를 만났다.

"세계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출장"이라고 한솔은 설명했다.

조 부회장의 담당 사업은 한솔의 정보통신부문.

e-비즈니스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의 활동반경도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한솔엠닷컴(옛 한솔pcs)에 e-비즈니스 사업본부를 설립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 박기호 기자 khpar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