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과 열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난방을 하고 여름에 시원하게 냉방을 하지 않습니까. 이것도 열, 다시말해
온도를 조절하는 것이지요. 이런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 열공학입니다.
열공학은 유전공학이나 전자공학처럼 화려한 조명을 받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삶에 꼭 필요한 학문입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강병하(41) 박사는 열공학을 연구하는 과학자
다.

"열"과 "공학"이라는 단어로 어떤 학문인지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정확한 의미가 궁금했다.

"열공학은 쉽게 말해 온도를 조절하는 것과 관련된 모든 것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냉장고 에어컨 히터는 물론 컴퓨터칩을 식히는 것도 열공학의
몫이죠"

강 박사는 최근 열이 나는 물체 주위의 공기 흐름을 조절해 열을 식히는
"유동공진을 이용한 냉각 기술"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모든 물질은 고유진동수가 있는데 이것과 같은 진동수로 힘을 주면 급격
하게 운동을 하게 된다.

공기도 일종의 물질이기 때문에 고유진동수를 갖고 있다.

발열체 주위의 공기를 적당한 진동수로 흔들어 주면 근처의 찬공기와 급격
하게 섞이면서 물체를 냉각시킨다.

이것을 유동공진이라고 한다.

"유동공진을 이용한 냉각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예컨대 컴퓨터칩을 냉각시키는데 쓸 수 있다.

지금은 팬을 돌려 칩을 식히지만 이 기술을 이용하면 작은 스피커만으로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냉각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강 박사는 현재 유동공진을 이용한 냉각 기술을 실제 제품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하고 있다.

강 박사는 바로 상품화할 수 있는 기술도 다수 갖고 있다.

발포알루미늄을 이용한 열교환기가 그것이다.

열교환기는 열을 방출하는 장치로 자동차의 라디에이터나 난로 에어콘
컴퓨터칩 등에 사용된다.

스티로폼과 같은 형태의 발포알루미늄을 이용하면 뛰어난 효율의 열교환기
를 만들 수 있다.

고석근 박사팀과 함께 연구한 "친수성 처리 기술"을 이용한 열교환기도
상품화 단계에 와 있다.

친수성 처리는 금속이나 플라스틱의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지 않게 하는
기술이다.

보일러 같은 흡수식 냉난방기의 파이프에 친수성 처리를 하면 효율을 최고
50%까지 높일 수 있다.

강 박사는 끊임없이 연구하는 과학자다.

지금까지 30여편의 국내 논문을 발표했다.

국외전문학술지에도 53편의 논문이 실렸다.

특허만도 12개를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국제학술지목록인 과학기술논문색인(SCI)에 30편의
논문이 등록돼 있다.

강 박사는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럿거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KIST 열유동제어연구센터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 김경근 기자 choic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