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노래 사설이 한데 어우러진 굿은 연극적 요소가 가장 강한 전통공연
양식중의 하나로 꼽힌다.

최근들어 연극계가 굿의 연극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립극단(단장 정상철)이 오는 28~31일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펼치는
"광대들의 비나리"는 전통 굿을 통해 우리 연극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무대다.

산자들을 위한 배우들의 축원굿을 통해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최소화하고
배우과 관객이 대화를 주고 받는 "쌍방향 연희양식"을 선보인다.

국립극단 창단 50주년 기념작이자 올해부터 민족문화예술의 산실로 거듭날
것을 천명한 국립극장의 새해 첫 작품이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정상철 국립극단장은 "신극 1백년사에서 이제 우리 것에서 새로운 연극형태
를 찾아야 할 시기"라며 이번 작품의 배경을 설명했다.

구히서(희곡) 박은희(연출) 김혜란(소리) 이지영(춤) 김규형(음악) 등 굿의
연극화에 몰두해온 5명의 전문가가 머리를 맞댔다.

이번 무대는 춤 노래 사설무당을 각각 분리해 전문화한 게 특징.

소리무당과 연주는 경기민요 이수자들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이 호흡을 맞추고
춤무당역은 국립무용단이 맡았다.

사설무당은 국립극단배우들이 맡아 여러단체를 거느린 국립극장의 장점을
적극 활용했다.

"광대들의..."는 본판 다섯마당과 앞판 뒷풀이 등 모두 일곱개의 에피소드
구조로 이뤄졌다.

풍물로 시작되는 앞판과 로비에 굿판을 벌여 손님을 맞는 판열기, 굿판이
열리는 것을 하늘에 고하는 둘째마당 등 풍물과 관객이 함께 꾸미는 흥겨운
무대가 펼쳐진다.

특히 유치진 서항석 이해랑 등 국립극단을 거쳐간 선배 연출가들의 영혼이
출현하는 네째마당과 놀부전의 전신인 "사마장자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다섯째마당이 볼거리.

다섯째마당에서는 광대의 조상신인 창부의 모습을 커다랗게 확대해 광대들의
잔치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02)2274-3507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