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규제개혁위원회가 고민에 빠져 있다.

규제개혁위의 업무를 총괄, 조정하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자리에 오른
김성재씨가 그동안 규제개혁 작업이 무분별하게 진행돼 왔다는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 수석은 지난해 말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규제개혁의 실효성과 적절성을
점검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 규제개혁위를 긴장시켰었다.

당시 김 수석은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민생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규제강화를 주장했다.

특히 IMF(국제통화기금)사태 이후 경제활성화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입
확대를 위해 취해진 규제완화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김 수석은 규제개혁위가 지난해 화물차에 대한 차로별 통행제한을 폐지해
시민단체들로부터 "규제개혁용 탁상행정"이라며 강력한 반발을 산 데 이어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건 등이 잇따르자 규제완화에 부정적 시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 수석은 당시 민정수석실이 마련한 규제개혁의 문제점에 관한
보고서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규제개혁위 관계자들을 초조하게
하고 있다.

규제개혁위는 게다가 김덕봉 청와대 정책1비서관의 사퇴로 "우군"마저
잃은 상태다.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조정관을 지내다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김 비서관이
그동안 규제개혁 작업을 음으로 양으로 도와줬던 것.

김 비서관은 김성재 수석이 임명되면서 정책1,2비서관을 합치는 바람에
지난 주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규제개혁위는 이같이 우군도 없는 상태에서 "시어머니"를 만난 것이다.

다만 최재욱 신임 국무조정실장에게 기대를 걸고 있으나 최 실장이
규제개혁 업무를 완벽히 익히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당분간 호된
"시집살이"를 각오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규제개혁위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규제완화에 관심이 큰데다
김 수석이 개혁적인 성향을 가져 결국 규제개혁 작업을 진행시켜 나갈 것"
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한은구 기자 to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8일자 ).